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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식 인천시 서구발전협의회 회장
오늘의 노인세대는 어디로 보나 과도기적으로 불행한 세대다. 경제적으로 빈궁한 시절에 경제성장을 위한 주역으로 많은 희생을 해온 노인들이 틀림없다. 그러나 고령화 사회가 진전되면서 노인들의 육체적인 노쇠만큼 점차 사회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지난날 노소 편 가르기 이분법을 제시해 막말 정치인으로 국민들의 지탄의 대상이 됐든 일부 국회의원들의 노인 폄하발언을 간추려 봤다. 이들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아도 이미 언론을 통해 많은 국민들이 알고 있는 국회의원들이다.

 아래 글은 이들이 했던 말이다. "60대 이상은 투표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분들이 미래를 결정할 필요도 없고 곧 무대에서 퇴장할 분이므로 투표하는 날 집에서 쉬셔도 된다." "늙은 교사 1명을 내보내면 젊은 교사 3명이 들어온다." "60세가 되면 뇌가 썩는다." "79세가 되면 쉬셔야지 왜 일을 하려고 하느냐." "나이를 처먹었으면 곱게 처먹어라."

 노인들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말들이다. 생각에는 차이가 있고 표현하는 방식 또한 다를 수 있다. 막말을 쏟아낸 국회의원들의 생각이 아무리 옳고 정당하다 해도 패륜적인 행동은 하지 않았어야 했다. 그들의 주장이 옳다고 해도 그 방법이 틀리면 정당화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기야 정치인들의 막말이 어제 오늘일이 아니라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지만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노인 폄하에 대한 막말로 비난받던 정치인들이 나이가 들어 노인 행세를 하면서 아직도 금배지를 달고 정치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노인들 입장에서 배알이 뒤틀린다.

 더구나 노인을 폄하하던 정치인일수록 입만 열면 국민을 위해 정치를 하겠다며 떠들어 댄다. 특히 선거 때가 되면 앞 다퉈 노인복지정책 공약을 발표해 노인들의 표를 얻으려 안간힘을 쏟고 있다. 한마디로 속내는 감추고 입으로만 립 서비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노인폄하 발언을 한 정치인들도 언젠가는 자기도 나이 든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지금쯤 몇 사람은 나이가 60이 넘었을 것이다.) 이들이 과거 노인에 대한 태도가 달라졌을 것이다. 영원한 젊음은 없다. 앞으로 고령자에 대한 예의를 망각한 사람들이 더 이상 정치인 또는 정부 요직에 앉아 정책을 다루는 사회가 돼서는 안 된다고 본다. 물론 국가와 국민들의 삶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국회의원들이 많이 있다. 일부 정치인들이 자기 신분을 망각하고 노인 폄하는 막말을 했기 때문에 국회의원들이 싸잡아 욕을 먹고 있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오죽하면 한강에 수녀와 국회의원이 빠지면 한강오염을 막기 위해 국회의원부터 구한다는 국회의원들이 들으면 기분 좋지 않은 유머가 생겼을까 생각해본다.

 이제 관점을 조금만 바꿔보자. 젊은 사람들이 나도 언젠가는 나이 든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노인에 대한 태도가 달라질 것이다. 답답해 보이고 미워 보이는 노인의 모습이 미래 자신의 모습이라고 생각해봐라. 그러면 정답이 나올 것이다. 노인복지법도 좋고 제도 자체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노인을 편하게 해주려는 마음을 가져 봐라.

 나이 많은 사람들의 잔소리는 수많은 세월을 살아오면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젊은이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어 하는구나 하고 들어줘 봐라. 그리고 노인들을 인생의 스승으로 삼고 자문을 구하면 무한한 지혜를 공급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달라질 것이다. 영원한 젊음은 어디에도 없다. 노쇠가 무엇인가를 아직 모른 젊은이들이 고령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춰야 노인경시 풍조가 사라질 것이다. 노인을 폄하 발언한 젊은이들이 국회의원이 되는 사회 그리고 대통령을 해보겠다는 사회가 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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