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심 초등학교에 입학한 어린이들이 생전 처음 접하는 변기 사용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6일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지역 내 초등학교 259곳 중 38곳은 현대식 양변기보다 재래식 화변기(和便器)가 더 많이 설치돼 있다. 화변기는 걸터앉아서 용변을 보는 양변기와 달리 쪼그려 앉아 용변을 보는 수세식 변기다. 최근 들어 유동인구가 많은 다중이용시설(공중화장실)에서도 접하기 어려운 변기 형태다.

이들 38곳은 모두 원도심 초등학교이며, 송도·청라국제도시나 영종하늘도시 소재 초교는 단 한 곳도 없다.

하지만 예산 부족과 교육적 차원이라는 이유로 원도심 소재 학교에서는 화변기 교체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한 초교는 설치된 변기 129개 중 5개만 양변기고, 남학생들은 모두 화변기만 사용하는 실정이다.

시교육청은 지은 지 13~15년이 경과된 초교 화장실을 대상으로 매년 개선공사를 하고 있는데 중·고교까지 함께 진행하다 보니 우선순위를 따지지 않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또 교육적 차원에서 화변기를 일부러 남겨 둔다고도 했다.

하지만 시교육청의 설명과 달리 최근 신설되거나 화장실 개선공사 등을 진행한 초교 8곳은 화변기를 모두 없앤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 차원이라는 교육청의 이유는 궁색한 변명에 불과했다.

시교육청이 올해 초교 화장실 개선공사로 편성한 예산은 총 92억7천867만3천 원이다. 이 예산으로는 7곳 정도 공사만 가능해 나머지 31곳은 다음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

변기 교체 비용도 차이가 있다. 시교육청이 공사비용으로 잡은 예산은 1개당 약 200만 원인 반면 온라인상 시중 업체에서는 1개당 약 50만 원을 제시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유지·관리나 사용 측면에서 화변기를 선호하는 학생들도 있다"며 "신축하면서 화변기를 없애는 경우도 있지만 화장실 한 곳당 최소한 하나는 남겨 달라는 요청이 있다"고 말했다.

화변기가 다수인 원도심 한 초교의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배가 아파도 하교 때까지 참고 집에 와서 볼일을 본다"며 "가뜩이나 신도시로 학생들이 빠져나가는데 교육환경 개선에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종국 기자 kjk@kihoilbo.co.kr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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