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요즘 가장 많이 회자되는 말이 있다. 일본 제국주의에게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일갈했던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은 오늘 날에도 추상(秋霜)같다. 조선을 식민지화 한 일본은 자신들의 전쟁 야욕을 채우기 위해 우리 국민을 끌어다 강제 노역을 시키고, 어린 소녀들을 정신대로 끌고 가 성노예로 삼은 사실을 뉘우치지도, 인정 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일본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사죄와 보상을 판결한 대한민국 대법원의 결정도 가볍게 무시하고 적반하장으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며 사실상 경제전쟁을 선포하는 21세기 신제국주의의 발톱을 드러내고 있다. 이 같은 일본의 태도에 맞서 아베 정부를 규탄하는 국민들의 반일 감정은 뜨겁다.

인천에서도 시민단체와 지역 정치계에서 ‘NO 아베 NO 재팬’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일본과의 관계 재정립을 발표한 인천시의 모습은 눈에 띈다. 일본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강경한 태도를 표명하면서도 민간 교류에 대해서는 신중하고 절제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반일 감정을 앞세운 강경 일변도의 흥분이 아니라 차분하게 대일관계를 풀어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시는 오는 10월 15일 인천시민의 날에 매년 초청했던 고베·기타큐슈·요코하마시 등 자매·우호도시 관계자 초청을 취소했다. 하반기 예정된 공무원 일본 해외연수 취소와 함께 소각시설 벤치마킹을 위한 일정도 잠정 보류했다.

그리고 민간이 하는 사업 중 시급하지 않거나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교류 사업에 대해서는 국민 정서를 감안해 추진하지 않는 것을 권고하지만 민간의 자율적 판단을 존중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또 지속적으로 진행하는 문화, 예술, 청소년 상호 교류 사업은 예외적으로 추진하기로 해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무대에 오를 일본팀 공연이나 인천·고베 청소년 홈스테이 교류 사업 등은 유지된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당연히 분노하고 행동하는 것이 맞다. 그것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힘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일본과 관계를 아예 끊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들을 엄중하게 꾸짖으면서도 현재나 과거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미래로 나아갈 건강한 관계 정립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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