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오전 9시께 평택시 안중읍 금곡4리 마을 입구 앞. ‘마을길 막아 놓고 주민 생명 위협하는 KCC건설 규탄한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 평택시 안중읍 금곡4리 마을 이장과 KCC건설이 주민들 모르게 작성한 합의서.
▲ 평택시 안중읍 금곡4리 마을 이장과 KCC건설이 주민들 모르게 작성한 합의서.
마을 입구와 20여m 떨어진 곳에서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해 ㈜KCC가 시공하고 있는 ‘서해선(홍성∼송산) 복선전철 제7공구 노반시설 기타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공사 현장에서는 크레인 한 대가 철근을 들어 올리고, 덤프차가 뿌연 먼지를 날리며 드나들고 있었다. 이곳과 딱 붙어 있는 두 가구와 10m 반경에는 10여 가구가 살고 있었으며, 20여m 떨어진 곳에는 0∼4세 유아들이 다니는 어린이집도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마을에서 공사가 이뤄지기 전인 지난 4월 10일 KCC와 마을 이장인 A씨가 공사를 방해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합의서’가 돌기 시작하면서 지난달부터 마을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본보가 입수한 합의서에는 ‘공사와 관련해 발생한 일체의 피해(소음, 분진, 진동 등)와 기타 시공과 관련해 금곡4리 마을 주민 전체 피해 보상비 3천만 원을 마을회 계좌로 입금한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

또 ‘주민들은 공사와 관련해 민형사상의 청구나 행정기관 등에 민원 제기, 언론매체에 제보 등의 행위를 일체 하지 않으며, 합의사항을 외부에 누설하지 아니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공사가 원만히 진행될 수 있도록 협조한다’고도 적혀 있다.

이 소식을 접한 주민 B씨는 "공사로 인해 마을에 피해는 계속 발생하는데, 마을 이장이 독단적으로 앞으로 발생할 피해까지 판단해 시공사와 합의서를 작성했다"며 "피해는 마을 주민들이 받고 있는데, 피해자도 모르게 금액을 책정해 작성된 합의서는 무효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공사장과 불과 20여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어린이집은 소음과 분진, 진동 등이 발생해 아이들이 겁에 질려 울음을 터뜨리는 등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어린이집 관계자는 "5월 초께 해당 공사장에서 기존 건물을 철거하면서 스티로폼 등 분진이 날려 어린이집에서 농사 짓고 있는 텃밭에 떨어진 적이 있다"며 "아이들에게 먹이려고 유기농으로 채소를 심어 놨던 것이라 마을 이장한테 건의했는데 별다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조만간 주민들은 KCC와 마을 이장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

마을 이장 A씨는 "그동안 마을 발전과 관련한 사안을 논의하는 개발위원들과 상의해 진행하는 것이 관행적으로 이어져 함께 논의 후 마을을 위해 합의서를 작성하게 됐다"며 "합의서 작성 이후 마을 주민들에게는 설명한 적이 있었으나 이후 주민 반발이 생기면서 충분한 설명을 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사과를 수차례 했다"고 해명했다.

KCC 관계자는 "공사와 관련해 합의금을 지급할 이유는 없었지만 마을 주민들을 생각해서 합의서를 작성했고, 합의서 내용은 약속을 지켜 달라는 의미일 뿐 법적인 조치를 취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며 "합의서 외에도 개별적으로 피해가 발생하는 주민들에게는 별도로 피해 보상한다는 공문을 마을에 발송하는 등 최대한 노력하며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택=김진태 기자 kjt@kihoilbo.co.kr

김재구 기자 kj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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