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섬주민들의 1일 생활권 보장을 위해 마련된 ‘여객선 준공영제’가 여름휴가철에는 관광객 중심으로 배 시간이 조정되는 등 그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다.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jpg
▲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 /사진 = 기호일보 DB
11일 옹진군과 인천해양수산청 등에 따르면 인천∼이작항로는 1일 생활권 미구축 항로로 올해 초 준공영제 항로로 선정돼 국비와 지방비 약 2억4천400만 원을 들여 지난 4월부터 왕복 운항횟수를 기존 1회에서 2회로 늘렸다.

이로 인해 오후 3시에 인천을 출발하는 배가 생기면서 자월면 주민 1천300여 명은 하루 동안 섬과 육지를 오갈 수 있게 됐다. 오전 배로 11시20분께 인천에 도착하면 3시간 가량 일을 본 후 들어가는 배를 탈수 있었다.

하지만 ‘여객선 준공영제’ 시행에 앞서 인천해수청과 선사가 특송기간에 예산을 지원하지 않기로 한 사실을 섬주민들을 모른 채 10여 일 동안 불편을 겪었다.

선사는 하계 특송기간(7월 25일∼8월 11일) 중 이달 1일부터 11일까지 인천∼이작항로의 평일 출항시간을 주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오후 3시에서 관광객들이 많이 타는 낮 12시로 사업계획변경을 신고하고 운항했다.

단순히 2회 운항만 하면 된다는 계산은 주민들의 생활까지 고려하지 못했던 것이다. 특송기간에는 준공영제 시행 이전부터 하루 두 차례 왕복운항을 해 왔기 때문이다.

1일 생활권이 무너지면서 도서지역 주민들의 불편은 이만 저만이 아니다. 서둘러 물건을 구입하거나 병원을 가려면 다시 하루 이상을 육지에서 묵어야만 이동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관광업을 하는 주민들은 성수기에 급하게 물품을 조달하는 것이 불가능해 졌다며 울상을 지었다.

특송기간 초반에는 운항시간 변경사실을 알지 못한 일부 주민들이 육지에 발이 묶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다 보니 1일 생활권 보장이라는 준공영제 취지를 살릴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나온다.

강태무 자월면주민자치위원장은 "주민들을 위해 준공영제를 한다고 해놓고 이렇게 필요에 따라 시간을 바꾸는 것은 제도의 취지와 맞지 않다"며 "특송기간에 2회를 운항한다고 지원을 안할 것이 아니라 오후 3시 배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천해수청 관계자는 "선사들끼리 계획을 조정해 변경신청을 하면 인가해 줄 수 밖에 없다"며 "2회 왕복 지원이 기준이기 때문에 추가로 3시 배를 지원하는 것이 가능할 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