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융이 천거한 예형을 불러 조조가 사람 됨됨이를 살펴볼 때였다. 예형이 탄식하면서 말했다. "하늘과 땅이 비록 넓으나 사람다운 인물은 하나도 없구나." 조조가 화를 내며, 자신이 거느리고 있는 저명한 인물들을 하나하나 댔다.

 그러자 예형이 가차 없이 깔아 뭉갰다. "순욱 정도는 조문사절이나 문병 갈 때 쓸 만하고, 순유는 묘지기에 적당하고, 정욱은 대문이나 여닫는 문지기, 허저는 목장의 인부, 서황은 돼지나 개 잡는 도살업자, 그 외에는 그저 옷걸이에 밥 주머니"라고 비하했던 것이다.

 조조는 화가 치밀었으나 꾹 참고 형주의 유표에게 사절로 보냈다. 그러니까 유표에게 가서 그 수하들을 비웃는다면 마땅히 처형되리라 여긴 것이다. 결국 예형은 인물평을 부탁하는 황조에게 "너는 사당에 안치된 귀신 같아서 제사 음식은 곧잘 받아먹으나 영험이라고는 없다"고 독설을 내뱉아 목숨을 잃고 만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조조가 ‘제 혓바닥으로 제 목숨을 죽였다’고 했는데 설검(舌劍)이란 ‘말[言語]이 사람을 죽이거나 다치게 하는 예리한 칼과 다름없다’는 의미로 회자됐다. 막말로 어수선한 정국에 밀어닥친 대외적 혼란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모골이 송연해진다.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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