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순휘 정치학 박사.jpg
▲ 장순휘 정치학박사
지난 11일 북한은 일개 외교국장이라는 자의 담화문 형식을 통해 우리 정부를 향해 "군사연습을 아예 걷어치우든지, 하다못해 그럴싸한 변명이나 해명이라도 성의껏 하기 전에는 북남 사이의 접촉 자체가 어렵다는 것을 생각하라"고 하면서 "대화는 조미(북미) 사이에 열리는 것이지 북남대화는 아니라는 것으로 똑바로 알아두라"고 했다.

 그리고 5월 4일부터 도발을 시작한 탄도미사일 발사체 화력시험에 대해 "미국 대통령까지 우리의 상용무기 개발시험을 어느 나라나 다하는 아주 작은 미사일 시험이라고 하면서 사실상 주권국가로서 우리의 자위권을 인정했다"고 주장하고, 우리 정부의 9·19남북군사합의에 따른 군사적 긴장 완화와 중단 촉구를 ‘횡설수설’이라는 악담을 섞어서 면박을 주는 초유의 국가적 모욕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더욱이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을 칭해 ‘남조선 당국자’로 비하하고 심지어 ‘바보’라고 했는가 하면, 한미연합연습을 ‘똥’으로 묘사하는 등 전대미문(前代未聞)의 구두폭탄(口頭爆彈)으로 치욕을 주고 있는 국가모독사건이 연일 발생하고 있다.

 북한 권정근 국장이라는 자는 "지난 번 진행된 우리 군대의 위력 시위사격을 놓고 사거리 하나 제대로 판정 못해 쩔쩔매며…새벽잠까지 설쳐대며 허우적거리는 꼴이 참으로 가관"이라고 우리 정부와 군을 대놓고 비아냥거렸다. 이 일은 지난달 25일 북이 발사한 미사일의 비행거리를 당초 430㎞라고 했다가 600㎞로 정정한 것을 비꼰 것이고, "청와대의 이런 작태가 우리 눈에는 겁먹은 개가 더 요란스럽게 짖어대는 것 이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정말 인내하기 어려운 망발까지 서슴지 않게 내뱉었다.

 이런 와중에도 김정은은 공산주의자들의 전형적인 협상전술인 담담타타(談談打打)를 구사하면서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친서외교로 대화를 제안하고, 한국에 대하여는 ‘구두(口頭) 미사일’로 때리는 강온전술의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는 안보국면이다. 더욱이 다혈질이고 돈타령하는 상술의 트럼프에게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종료되는 대로 협상 재개를 희망한다"는 미끼를 던져서 미국의 반발을 잠재우는 교활한 외교 언어전술도 구사하면서 마침 신형무기로 개발한 북한식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다련장 개량 발사체를 시험하는 기회를 삼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미국이라고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북한 김정은의 이런 식의 화전양면(和戰兩面)전술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트럼프의 미국이 과거와 다른 변화로서 ‘미국 우선(America First)’정책이 한반도에 작동하고 있다는 약화일로 한미동맹의 현실 아닌가? 여기에 트럼프는 한 술 더 떠서 한미동맹훈련에 대해 "터무니없이 비싸다"느니 "마음에 든 적이 없다"며 김정은을 거드는 망발에는 참으로 뭐라고 할 말이 없을 정도다.

 우리 속담에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말이 있다. 요즈음 미국이 이런 행태로 우리의 안보를 흔들고 있는데 물론 문 정권의 결정적인 안보정책의 실책이지만 바라보는 국민들의 속은 시커멓게 타 들어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문 정권의 대응을 살펴보면 한심하다는 것을 넘어서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인가를 돌아보게 하는 안타까운 심정이다. 5월 4일부터 10일까지 7차례 14발의 미사일 발사 도발에 대해 단 한 번도 대통령이 직접 NSC를 주재하지 않고 있으며, 그 이유는 대통령이 나서면 자신의 낭만적 평화에 대해 비난해야 하는 궁색한 자리가 되기 때문 아닌가? 11일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저희가 일일이 대응할 필요는 느끼지 않고 있습니다"라고 국방부의 본분을 망각한 발언을 서슴지 않는 기가 막힌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국방부마저 북한의 고의적인 모욕과 조롱사태에 대해 ‘대북 경고’조차 못하는 이런 참담한 현실이 벌어졌다. 심지어 11일부터 진행되는 한미 연합연습 명칭에서 북한의 반발을 고려해서 ‘동맹’을 삭제하고 ‘한미연합지휘소연습(CPX)’으로 워게임 수준으로 축소하는 일도 벌어졌다.

 우리 군에는 미국의 싱글러브 같은 우국충정의 멋진 장군은 없는가?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대한민국수호 예비역장성단(大守將)이라는 예비역 장군들이 나서서 안보 현실을 직시하고 위기의 나라를 지키고 있다는 것은 천우신조(天佑神助)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