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우리나라를 백색국가(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한 후 정부 대응책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 "100개 핵심 소재부품을 5년 내에 국산화하거나 대체 수입선을 확보하겠다", "향후 7년 동안 매년 1조씩 총 7조8천억 원을 R&D에 투입하겠다", "세금을 깎아주겠다" 등 근본적이고 바람직한 대책들도 눈에 많이 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당장 소재·부품 공급 위기에 대한 해결책은 안 보인다. 작금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장단기 대책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정부 차원의 외교적 협상 및 정치적 해법 도출이 절실하다.

과거사 문제 하나를 놓고 이렇게 국가 경제가 휘청거릴 정도로 싸운다는 건 정상이 아니다. 지금처럼 양국 수뇌부가 상대방의 허물만 지적하면서 잘못을 시정하라고 주장하는 것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질 않는다. 갈등의 수위를 낮추고 양보하며 긴 호흡으로 가야 단기적으로 큰 피해 없이 넘어갈 수 있다. 이것이 대통령이 가장 우선적으로 집중해야 할 일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핵심 소재·부품 국산화 및 중소기업 생태계 구축을 통해 경제의 체질을 강화시켜 나가야 한다. 이번 위기를 통해 깨달은 가장 큰 교훈은 우리 경제가 얼마나 취약한 지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는 점이다. 이러한 사태는 앞으로도 언제든 우리에게 닥칠 수 있다. 국민경제자문회의 이제민 부의장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한일 간 수직 분업체제로 되돌리려는 시도"라고 규정했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아베 총리의 실제 본심은 한국 경제와 기업들의 미래를 견제·약화시키는 데 있으며, 단지 징용피해자 배상 판결을 그 명분으로 활용하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

일본의 일부 지방에선 가마우지 새의 목 아래를 끈으로 묶어두었다가 새가 먹이를 잡으면 끈을 당겨 목에 걸린 고기를 가로채는 일명 ‘가마우지 낚시’가 애용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산업 구조도 가마우지 신세와 별반 다르지 않다. 고가의 핵심 소재·부품을 일본에서 수입해 가공 수출하는 방식인지라 수출하면 할수록 더 큰 이득은 일본이 보게 돼 있다. 결국 경제적 克日은 핵심 소재·부품 국산화 및 강력한 중소기업 생태계 구축을 통해 실현될 수밖에 없다. 산·학·연은 물론이고 당·정·청·노까지 비장한 각오로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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