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영 행정학박사.jpg
▲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똑같은 일을 당하더라도 사람에 따라 반응은 무척 다릅니다. 갑자기 어떤 차가 신호도 주지 않고 끼어들 때 불 같이 화를 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별일 아니듯 여기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같은 상황에서 이렇게 반응이 달라지는 것은 각자의 마음이 그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고 판단하는지에 따라 감정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개인의 행동을 결정짓는 ‘마음’이 어떻게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지를 「현자들의 철학 우화」라는 책에 나옵니다.

 어느 세일즈맨이 호텔에 들어와 빈 방이 있는지를 물으니, "빈 방이 하나가 있기는 한데 내드리기는 곤란합니다"라고 애매모호한 말을 들었습니다. 세일즈맨이 영문을 몰라 그 이유를 물었더니 직원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실은 그 빈 방의 아래층에 이 지역의 지도자가 머물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분은 아주 작은 소리에도 예민합니다. 만약 손님께서 그 방에서 어떤 소리라도 낸다면 아마 그분이 항의를 하실 지도 모릅니다. 다른 곳을 알아보시지요."

 세일즈맨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겠다고 약속하고서 방을 구한 다음에 낮 동안은 열심히 영업을 하고 밤늦게 지친 몸으로 돌아왔습니다. 소파에 앉아 조심스레 한쪽 신발을 벗다가 그만 신발이 바닥에 ‘쿵’ 소리를 내며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깜짝 놀란 그는 나머지 한쪽 신발만큼은 아주 조심스럽게 벗었습니다.

 한 시간쯤 지났을 때였습니다.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서 열어보니 아래층에 머무는 지도자가 서 있는 게 아닌가요? 당황하는 그에게 지도자가 물었습니다. "도대체 당신의 한쪽 신발은 어찌 된 거요? 한 시간 동안이나 나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소. 한쪽 신발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아, 이 친구가 이제 돌아왔구나’라고 생각했소. 그리고 그때부터 두 번째 소리를 기다리며 그 소리에 집중했소. 그래서 잠을 이룰 수 없었던 거요. 도대체 두 번째 신발은 언제 벗을 거요?"

 그가 왜 잠을 이루지 못했을까를 생각해보았습니다. 불면의 직접적인 원인은 위층에서 난 신발 소리 때문이겠지만 그렇다고 아래층에 머무는 모든 사람들이 지도자처럼 반응하지는 않을 겁니다. 결국 ‘마음’이 문제입니다. 우리의 근심거리들은 어쩌면 우리들 스스로가 지어낸 상상 때문에 만들어진 것은 아닌지 한 번쯤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마음이 얼마나 고약한 장난을 치는지를 알 수 있는 예화 하나를 더 전해드릴게요. 「마음을 가꾸어주는 작은 이야기」라는 책에 농담을 즐기는 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왕은 농담 잘하는 광대를 늘 자신의 곁에 있게 했습니다. 어느 날 광대가 너무 지나친 농담을 하자 불쾌해진 왕은 그에게 사형을 언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광대는 왕이 농담을 한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실제로 단두대에 끌려가 시퍼런 칼이 자신의 목을 겨누고 있는 것을 보고는 기겁을 했습니다. 아무리 용서를 구해도 왕의 마음은 바뀔 것 같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사실 왕은 그를 죽일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래서 미리 사형집행관에게 자신이 목을 치라고 말하면 물 한 방울을 광대 목에 떨어뜨리라고 일러두었습니다.

 이윽고 "목을 쳐라!"라는 왕의 음성이 들렸고 약속대로 물 한 방울이 광대의 목에 떨어졌습니다. 그때 왕은 크게 웃으면서 외쳤습니다. "네 이놈, 다시는 내게 그런 농담을 하지 말거라. 하하하. 이제 일어나라."

 그러나 광대는 영영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마음은 우리를 신발 한 짝에 잠을 이루지 못하게 하고, 물방울 하나에 자신의 목숨까지도 잃을 수 있게 할 만큼 대단한 힘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압니다. 신발 떨어지는 소리나 물방울이 문제의 근원이 아니었음을 말입니다. 어떤 상황이든 이제부터는 ‘나’와 ‘우리’ 모두에게 유익한 방향으로 그 상황을 해석하고 판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자각 말입니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