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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선화 농협이념중앙교육원 교수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여느 때처럼 농부들은 농작물 수확을 준비하고, 깨·콩도 타작할 자세다. 사과·배·감도 익어가고 있다. 조금 있으면 추석맞이를 위해 송편을 빚고, 나물을 무칠 것이다. 분명 가을 분위기다.

 세월이 멈춰선 듯 고즈넉한 고향을 떠올리고 있노라면 불현듯 ‘밀레의 만종’ 그림이 떠오른다. 석양을 등지고 손을 모으고 기도하면서 서 있는 두 사람을, 그 기도는 농촌을 끝까지 지키겠다는 농부들, 그리고 그들의 모습을 그림에 담은 밀레의 다짐이었다. 이는 농업이 지구 인구를 부양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가를 일깨워주는 대목이다

 만일 현실적으로 농사를 짓지 않는다면 지구는 과연 얼마만큼의 사람을 먹여 살릴 수 있을까. 농사를 짓기 이전에 인류는 채취와 수렵을 통해 식량을 얻어왔다. 자연 속에서 식량을 얻어냈다. 그래서 자연은 사람을 부양하는 터전이었다. 인구가 늘어가면서 자연은 더 이상 사람을 먹여 살릴 수 없는 한계에 부딪혔다. 자연 속에 존재하는 식량자원은 일정한 데 비해 식량에 대한 수요는 증가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사람들은 더 많은 식량을 얻기 위한 방법을 고안해 냈다.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기르는 방법이었다. 그것이 바로 농업의 시작이고 축산의 시작이다. 그리고 지금은 농사를 짓지 않고는 도저히 사람을 먹여 살릴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그러면 사람들이 농사를 짓지 않고 수렵과 채취, 즉 자연 상태로 살아간다면 지구는 과연 얼마만큼의 사람을 먹여 살릴 수 있을 것인가. 인류학자들은 여러 가지 추정을 통해 그 해답을 얻으려 하고 있다. 그 중의 하나로 지금도 농사를 짓지 않고 수렵과 채취만으로 살아가는 원시 민족을 통해 그 해답을 얻고 있다. 그 대표적 사례가 피그미(pigmy)족이다. 이들의 수는 약 12만 명으로 추산되는데, 케냐를 중심으로 중앙아프리카에 분포해 살고 있다. 이들은 지금도 농사를 짓지 않고 수렵과 나무열매만으로 살아간다. 인류학자들은 수십 년 전 피그미족들의 생활범위가 약 2.6㎢에 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2.6㎢ 면적에서 채취하는 나무열매와 수렵으로 이들은 살아왔다. 바꿔 말하면, 인간이 농사를 짓지 않고 자연 상태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한 사람당 2.6㎢의 면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구 면적 가운데 수렵이나 나무열매 채취가능 면적을 2.6㎢으로 나누어 주면 농사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을 쉽게 계산할 수 있다. 현재 지구상에서 수렵과 채취가 가능한 면적을 대략 7천800만㎢(78억ha)로 추산하고 이 면적을 자연 상태에서 한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면적 2.6㎢로 나누면 농사를 짓지 않고 지구가 먹여 살릴 수 있는 인구 수가 계산되는데, 그것이 3000만 명 정도라고 한다. 그리고 그것이 농사를 짓지 않은 상태에서 지구가 먹여 살릴 수 있는 인구의 한계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지구는 농업의 발달을 통해 많은 식량을 생산함으로써 엄청난 사람을 부양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게 됐다. 아울러 현재 지구상의 육지면적은 약 148억㏊이고, 경지면적은 육지면적의 10분의 1인 약 14억2천만㏊로 추정되고 있다.

 세계식량농업기구의 예측에 따르면 앞으로 새롭게 증가할 수 있는 경작가능면적은 12억~16억㏊ 정도로 전망된다, 단위면적당 수확량이 앞으로도 지금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가정한다면, 지구가 수용할 수 있는 인구의 한계는 현재 지구인구의 두 배인 100억~120억 정도가 된다. 세계인구가 100억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 2050년 이후부터 식량부족은 정말 심각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간에도 우리 농촌은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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