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상으로 채우는 나만의 미술관 꿈의학교’ 학생들이 직접 만든 ‘상상 속의 동물 인형’을 선보이고 있다.
"미술 작품을 만들다 보면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능력은 물론 미술 실력도 향상되는 것 같아요."

 매미 울음소리가 여름의 끝을 아쉬워하는 듯 울려 퍼지던 어느 날, 광주시에 위치한 영은미술관의 한 강의실에 모인 20여 명의 초등학생들은 무더위도 잊은 채 잠시 후 직접 만들어 볼 작품에 대한 강사의 설명에 귀 기울이고 있었다. 학생들은 강사의 질문이 이어질 때마다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며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했다.

 이들은 경기도교육청이 학생 스스로 기획하고 도전과 성찰을 통한 자아 탐색 및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운영 중인 ‘경기꿈의학교’의 일환인 ‘상상으로 채우는 나만의 미술관’에 참여 중인 학생들이다.

 ‘학생이 찾아가는 꿈의학교’로 운영되는 해당 꿈의학교에는 광주지역 초등학생들이 참여 중으로, 이날 ‘신비한 미술관 속 동물’을 주제로 진행된 수업은 상상력을 발휘해 종이를 이용해 인형을 만드는 것이었다. 공예미술 작가의 표현과 기법을 참고해 공예 재료에 나만의 상상 속 사물을 그려 넣으면서 작품 기법에 대한 이해 및 직접 작가가 돼 주관적 작품을 표현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한 수업이다.

 학생들은 저마다 상상 속의 동물에 숨을 불어넣으며 즐거워했다. 토끼를 닮았지만 붉은 색 하트 모양의 꼬리를 지니고 있는 ‘제니아’를 만든 박지원(쌍영초 3년)양은 "마음이 착하고 머리가 긴 여자친구인데, 취미는 노래"라며 자신이 창조해 낸 상상 속 동물을 설명했다.

 이처럼 ‘상상으로 채우는 나만의 미술관’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들은 꿈의학교 활동을 통해 저마다의 상상력을 키워 나가고 있었다.

# 눈높이를 맞춘 수업, 높아지는 만족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은 쥐와 토끼, 애벌레 등을 모티브로 저마다 자신의 상상 속 동물을 열심히 인형으로 만들어 냈다.

 그 중에서도 크기 면에서 유독 눈에 띄는 한 작품을 보며 "우와! 이 동물은 하마니?"라고 질문하자 날카로운 눈빛과 함께 "아닌데요? ‘옴팡이’라는 이름의 고양이인데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 학생들이 미술작품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다.
 해당 인형은 박지원 양의 쌍둥이 동생 소율 양의 작품으로, 평소 고양이를 기르고 싶지만 엄마의 반대가 심해 상상 속 동물로 고양이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화가가 꿈인 소율 양은 "꿈의학교 수업이 정말 재미있다"며 엄지를 추켜세웠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상상으로 채우는 나만의 미술관’을 찾은 소율 양은 "취미가 그림 그리기인데 미술학원에서는 항상 비슷한 것만 그리지만, 꿈의학교에서는 그리기 외에도 인형이나 마을지도 등 다양한 만들기도 할 수 있고 미술관 등지에 견학도 다녀 학원보다 더 재미있다"며 "그래서인지 지난해에는 참여하지 않았던 언니도 올해부터 같이 다니고 있다"고 얘기했다.

 함께 수업을 듣고 있던 박예원(경안초 4년)양도 "꿈은 파티시에지만 원래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 꿈의학교에 참여했는데, 꿈의학교에서 수업을 들을수록 실력이 향상되는 게 느껴진다"며 "수업시간 선생님의 말씀도 재미있지만 많은 장소를 다닐 수도 있고 나만의 상상력이나 생각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도록 해 주기 때문"이라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학생들의 설명처럼 ‘상상으로 채우는 나만의 미술관’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재미있는 수업을 추구한다.

 꿈의학교를 운영 중인 영은미술관의 에듀케이터 김지원 씨는 "미술에 흥미를 갖고 있는 지역 아이들이 단순 실기 위주의 미술학원만 경험하다가 흥미를 잃어버리지 않고, 넓은 자연환경과 입주작가를 활용한 수업으로 아이들의 꿈을 지원해 주고 싶어 ‘상상으로 채우는 나만의 미술관’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꿈의학교 수업을 지도하는 박근이 강사는 "처음 꿈의학교를 시작할 때만 해도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신청을 받았었는데 학생들의 실력 편차가 크다 보니 저학년은 저학년대로, 고학년은 고학년대로 수업에 만족할 수 없었다"며 "지난해에는 신청 대상을 초1∼중3까지 했다가 올해는 초등학생만 신청받았는데 이전보다 집중적인 교육이 이뤄지면서 학생들도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 전문가와 함께 하는 꿈의학교

 ‘상상으로 채우는 나만의 미술관’은 광주시에 위치한 영은미술관이 2017년부터 운영 중인 ‘학생이 찾아가는 꿈의학교’다.

 2000년 11월 개관한 영은미술관은 지역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사업을 구상하던 도중 지역 내 청소년들을 위한 미술교육을 위해 꿈의학교에 참여했다. 광주지역 학생들을 대상으로 ‘꿈’을 조사해 반영한 영역 중 미술 세부 분야(순수미술, 공예미술, 디자인, 애니메이션, 미술이론, 종교미술)에 대해 종류별로 탐구하고, 이와 연계된 작품 제작을 통해 청소년들의 진로 탐색 및 취미 개발을 돕고 있다.

▲ 학생들이 미술작품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다.
 현재 경안초등학교와 번천초등학교 등 광주지역 초등학교 2∼6학년을 대상으로 운영 중인 ‘상상으로 채우는 나만의 미술관’에서는 영은미술관에 전시된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하고 표현 방법을 체험한다. 또 미술관 교육 특성에 맞춰 일반 가정 및 학교에서는 접하기 힘든 다양한 재료와 소재를 활용해 창의적이고 기발한 자신만의 작품을 제작한다.

 특히 꿈의학교에 참여하는 학생이 원하는 미술 영역을 선택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박근이 전문강사를 비롯해 보조강사로 수업에 참여하는 영은미술관 레지던시 소속 작가 등은 학생들에게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것이 목적이 아닌 상상의 표현을 구체화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이를 통해 그림을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학생 스스로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이끈다.

 꿈의학교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무엇보다 영은미술관 레지던시 소속 작가들에게 직접 다양한 표현 방법을 배움으로써 스스로의 생각을 표현하는 다양한 방법을 실습을 통해 표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와 함께 자신의 생각 속 이미지를 구현해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공간지각력 ▶연출력 ▶창의적 사고력을 기르고, 학생 스스로 주체가 돼 결과물의 기획과 진행 및 전시 디스플레이에 참여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영은미술관에서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주 1회 프로그램과 더불어 여름방학 중 실시되는 뮤지엄 아트 캠프를 통해 일일 집중 심화 체험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으며, ‘사전감상교육법(VTS)’을 적용해 학생들이 작가의 작품을 미리 감상한 뒤 표현 방법을 배우기 때문에 이미지적 사고 표현 방식을 쉽게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스스로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다.

 김지원 에듀케이터는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특히 미술 분야는 어릴 때 경험이 중요하다"며 "중학생만 돼도 그림을 그리는 것이 이미 정형화돼 자신만의 개성이나 상상력을 표현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꿈의학교가 작가들과 연계한 작품 제작으로 직접 창의 작가가 돼 보면서 만족도와 성취감이 향상될 수 있어 꼭 향후 미술 분야로의 진로가 아니더라도 평생 좋은 취미로 삼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길 바란다"며 "미술관 차원에서도 지속적으로 꿈의학교 운영 등을 통해 지역에 문화적 자생력이 갖춰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영은미술관은 지역 단위 마을교육공동체와의 지속적인 토론 등 소통을 통해 현재 운영 중인 ‘상상으로 채우는 나만의 미술관’ 활동 현황과 실적을 공유하며 꿈의학교와 교육협동조합 및 학부모 참여 지원 활성화를 위해서도 노력 중이다.

 전승표 기자 sp4356@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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