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물질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통념보다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화학산업의 생산 규모는 2017년 기준으로 약 236조9천억 원(전체 제조업의 15.6%)에 이른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널리 알려진 불화수소처럼 인체에 유독하지만, 산업 현장에선 필수적인 것들이 많다. 이렇듯 화학물질은 국가의 먹거리를 책임지고 첨단산업을 지탱하는 근간이 되지만,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산업단지가 많이 몰려있는 지역의 주민들은 오늘도 ‘화학사고 위험’에 노출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 7월까지 화학물질 취급 사업장에서 화학물질에 의한 폭발·파열·화재·누출 등으로 인한 사망자가 100명, 기타 부상자가 2천169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일에도 안성의 물류창고 화재 진압 과정에서 베테랑 소방관 1명이 화학물질 폭발로 목숨을 잃었다. 이에 대해 경기도가 15일 나름의 안전관리 대책을 내놨다. 화학물질 통계조사 대상 사업장 4천여 개소의 화학물 현황 정보와 사고 고위험 사업장 2천여 개소의 대피시설 등이 포함된 ‘유해화학물질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키로 한 것이다. 이렇게 구축된 DB는 ‘경기안전대동여지도’ 애플리케이션에 탑재해 사고 발생시 도민과 대응기관에 신속히 공유될 것이라고 한다. 시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바람직한 대응책일 듯 하다.

 하지만 이번 사고처럼 화학물질의 이동·보관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되지 않거나 사업장 내 안전관리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면 그와 같은 사태는 계속해서 발생할 수 밖에 없다. 결국 근본적인 대응책은 두가지다. 우선 예방이 중요하다. 이 부분에선 취급품의 위험성을 잘 아는 사업주와 원·하청업체, 운송 담당자 등 각 공정에 관여하는 책임자들의 안전관리 준수가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예상치 못한 사고가 일어났다면 골든타임 내에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 이 단계에선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 및 전문적 대응책을 제공할 수 있는 ‘현장수습조정관’이 사태를 지휘·수습·통제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유해화학물질 DB도 예방 및 사고 대응에 지원될 수 있도록 ‘사업장 내 반입·반출에서 이동·보관에 이르기까지 민관 공유·협력 체계부터 구성하는 것’이 급선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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