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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7일 수원시 권선구 구운동에 흐르는 황구지천 주변으로 식생들이 길게 자라있다. 박종현 기자.
‘주민 민원이 우선이냐 생태계 보호가 먼저냐.’

수원시가 주민 민원으로 인해 황구지천 내 풀베기 작업을 검토하면서 지역 환경단체와 의견 충돌 양상을 보일 조짐이다. 지역 환경단체가 하천 풀베기 작업 시 생태계 교란을 우려하며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권선구와 수원환경운동센터에 따르면 권선구는 지난달 25일 시 산하기관인 수원시지속가능도시재단 물환경센터에 황구지천 주변 풀베기 사업 추진을 위해 지역 환경단체인 수원환경운동센터와 협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수원시지속가능도시재단 물환경센터는 지역 하천 내 행정업무 처리와 관련, 시민단체와 행정기관의 협의 자리를 마련해 주는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이달 내 권선구와 수원환경운동센터의 협의 날짜를 조율 중이다.

권선구는 13㎞ 길이의 황구지천 물 안쪽에 자라는 볏과 식물과 하천∼산책로 사이에 길게 자란 잡초의 풀베기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산책로를 이용하는 주민들이 황구지천에 자란 풀로 인해 벌레가 많고, 미관상으로도 좋지 않다며 다수의 민원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원환경운동센터는 황구지천 내 풀을 베면 주변 생태계가 무너지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황구지천에는 천연기념물인 원앙, 황조롱이 등 조류 외에도 수달, 삵 등 다양한 법정보호종이 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수원환경운동센터 홍윤화 사무국장은 "풀은 나무와 함께 야생동물들의 생활터전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선구는 황구지천 주변 식생을 잔디밭처럼 만들 생각으로, 이는 추후 칠보산 근처 생태계를 무너뜨리는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가 지난 4월 황구지천 범람을 방지하기 위해 서수원 원호매교에서 왕송호수까지 4㎞ 구간의 잡목 1천565그루를 제거하면서 수달의 배설물 등 흔적이 사라진 바 있다. 당시 시는 환경단체와 기존 협의했던 내용과는 다르게 작업을 진행했으며, 환경단체가 반발하자 벌목 작업을 중단했다. 심지어 수원시 공원관리사업소는 최근 수원환경운동센터와 협의 없이 황구지천 주변에서 진행되는 지역 축제를 찾는 시민들을 위해 수원산업단지 주변 산책로의 양옆 1m가량을 제초하면서 반발을 산 바 있다.

권선구 관계자는 "아직 환경단체로부터 반대 의견을 전달받지 못 했다"며 "협의를 통해 추진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종현 기자 qw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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