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2017년 2월 16일 ‘수원 군공항 예비이전후보지’로 화성시 화옹지구를 선정한 이래 2년 6개월간 화성시와 수원시 두 이웃 지자체는 심각한 갈등 양상을 보여 왔다.

 예비이전후보지 선정에 따라 국방부는 ‘군공항 이전법’에 의거해 경기도·수원시·화성시와 함께 주민설명회, 이전후보지 선정, 이전지역 지원계획 수립을 추진해야 하지만 2년이 넘도록 4자가 참여하는 이전후보지 선정 심의는 물론 사업 전반에 대한 주민설명회조차 군공항 이전 반대에 막혀 있다.

 수원시는 ‘군공항 이전’ 사업이 계획 수립도 못 하고 몇 년째 표류하자 ‘군·민간공항 통합 운영’이라는 카드로 방향을 틀었다.

 수원시의 입장은 "2030년이 되면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이 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군·민간 통합 공항이 들어오면 지역경제 활력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경기도시공사는 2017년 2월 ‘군공항이전지원단(TF)’을 발족해 수원시와 ‘군공항 개발사업 협력 MOU’를 체결하고 2018년 2월부터 9월까지 군공항 활성화 방안으로 ‘수도권 남부 민간공항 건설 타당성 사전검토 용역’을 실시했다.

 이 같은 수원시의 전략에 대해 화성시는 ‘민간공항 건설은 군공항 이전을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2라운드에 접어든 ‘수원 군공항 이전’ 사태에 대해 알아봤다.

▲ 경기도시공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화성시 수원군공항 이전범대책위원회 관계자.
# ‘경기 남부 민간공항설’ 출현 

 경기도시공사가 올 상반기 발표한 ‘군공항 활성화 방안 사전 검토 용역 결과 보고서’. 이 용역보고서에서 주목할 부분은 ‘경기 남부 민간공항’이란 용어가 처음 거론됐다는 것이다.

 보고서에는 개별 민간공항만 건설할 경우 공사비와 부대비 등 5조2천920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지만 군공항 통합 추진 시 전체 비용의 5% 수준(2천340억 원)이면 가능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수원시가 주장하는 ‘경기 남부 민간공항’의 필요성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높은 경제성이다. 경기도시공사의 ‘군공항 활성화 방안 사전 검토 용역 보고서’에는 수원 군공항을 화성으로 이전할 때 민간공항을 함께 건설할 경우 비용 대비 편익을 뜻하는 ‘B/C(Benefit/Cost)’값이 2.36인 것으로 조사됐다. B/C값이 1 이상이면 경제성이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보고서는 ‘경기 남부 민간공항’이 늘어나는 수도권 항공수요를 해소할 최적의 방안이라고 보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이 이르면 2030년 연간 이용객이 1천만 명 이상으로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항공수요 분산을 위해 경기남부지역에 새로운 공항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군공항이전후보지로 선정된 화성습지의 아름다운 모습.
# 민간공항설에 대한 화성시의 반발

 이 같은 용역 보고서가 나오자 화성시와 지역 시민단체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군공항 이전이 제자리걸음인 상황에서 수원시의 새로운 타개책으로 등장한 게 ‘민군 통합 공항’이라는 꼼수라는 것이 화성지역의 다수 의견이다.

 화성시민의 반대 여론이 확고하고 ‘군공항 이전 특별법 개정 법률안’이 현재 국회 상임위조차 상정되지 못한 상황에서 20대 국회 때 자동 폐기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수원시가 군공항 이전사업의 진척을 위한 새로운 수단으로 ‘민군 통합공항’을 거론했다는 게 지역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지난 4월 화성시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천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군공항 이전에 대한 시민인식도 조사에서는 반대 70%, 찬성 24%로 반대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수원시가 민군 통합 공항 추진설을 유포하는 의도에 대해 지역사회는 민간공항 유치 타이틀로 여론을 조성한 후 지금 당장은 아니어도 향후 ‘제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2021~2024)’에 수원 군공항 이전과 함께 민간공항 통합 건설이 거론되도록 하기 위한 사전 포석의 의미가 짙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지역 시민단체는 이 같은 행위가 군공항 이전을 반대하는 화성시와 화성시민을 ‘님비’로 낙인찍고, 마치 수원시가 상생발전을 위해 민간공항 유치를 제안해 화성시의 반대 여론이 ‘핌피’ 현상으로 돌아섰다는 여론을 만들기 위한 시도라고 강력히 비난하고 있는 상황이다.

# 화성시 제기 ‘경기남부 민간공항’의 문제점

 화성시가 제기하는 ‘경기남부 민간공항’ 사업의 문제점은 크게 2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교통인프라 구축비용을 제외한 단순 경제성 분석의 오류다.

 공항 건설의 타당성 분석은 ‘국토교통부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계획’에 의거해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전문기관의 수요분석이 반영돼야 하는데, 이 용역은 민간업체가 수행해 내놓은 결과로 신뢰성을 담보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공항 건설비용은 단순히 여객터미널 건설뿐 아니라 공항 접근성을 높이는 철도, 도로 등 광역교통계획 등 기반시설 투자가 필요한데 시 서부권은 이런 인프라가 없으며, 이를 반영하지 않은 분석이라는 주장이다.

 사통팔달의 교통인프라가 구축되고 많은 인구가 사는 경기남부지역에 신공항이 필요하다면 현재 수원 군공항에 민간공항을 유치하는 게 경제적으로 더 이익이라는 것이다.

 다음으로 시는 항공 수요예측 분석의 근거 부족을 들고 있다

 수원시는 경기도시공사 용역을 통해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의 수용 인원 1천만 명 포화를 부각시키고 있지만 경기남부 신공항의 수용 인원은 최대 330만 명에 불과해 나머지 700여만 명에 대한 대책이 없다. 이는 군공항 이전을 위해 과수요를 염두에 두고 매우 낙관적인 전망만을 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국토교통부는 4월 발표한 ‘제5차(2016~2020)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계획’에서 2030년 인천·김포공항의 여객 수용능력이 포화 상태에 이른다고 예측한 바 없으며, 이에 따라 ‘경기남부에 민간공항 건설을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 평화를 상징하는 매향리 드림파크
 당시 국토부는 인천공항이 현재 연간 7천200만 명을 수용할 수 있으며 4단계 건설사업을 통해 2023년까지 연간 1억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시설을 확충할 계획이고, 김포공항도 현재 연간 4천20만 명을 수용할 수 있으며 장래 국내선 제2터미널 신설 등을 통해 연간 4천52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화성시는 전국 15개 공항 중 인천·김포·김해·제주·대구를 제외한 10개 공항이 모두 예비타당성으로는 높은 경제성이 있다고 전망됐으나 현재 적자 경영 상태로 민간공항 건설은 정치적 논리로 거론될 부분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시 군공항이전대응담당관실 관계자는 "이전예비후보지인 화옹지구 주변의 화성시 서해안, 화성호, 연안습지, 내륙습지는 생태자원의 보고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으며, 정부는 세계 5대 갯벌에 속하는 우리나라 서·남해안 갯벌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를 신청할 계획"이라며 "이에 발맞춰 화성시도 화성호와 매향리 갯벌, 주변 습지 등을 2018년 EAAFP 등재에 이어 2020년 화성습지보호지역 지정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화성시는 화성호 습지보호지역 지정을 통해 수도권 최대 습지를 활용한 그린인프라 구축을 추진 중이며, 단계적으로 2021년 람사르 습지 등록을 추진 중"이라며 "이에 심각한 악영향을 초래하는 수원시의 군공항 이전계획에 대해선 다각도의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화성=조흥복 기자 hbj@kihoilbo.co.kr

박진철 기자 jc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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