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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이 있어야 하는 데…, 신도시 정책을 보면서

김실 대한결핵협회 인천지부 회장(전 인천시교육위원회의장)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9년 08월 21일 수요일 제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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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실 대한결핵협회 인천지부 회장

정년 퇴직한 지가 참 오래돼서 이제 현직에 남아 있는 내 친구들은 거의 없다. 모두가 온기 사라진 하얀 잿더미 같은 노인들이다. 혈기 있고 젊었을 때, 어느 누구보다 잘났고 탁월했던 친구들이었는데, 이젠 매주 모이는 점심모임이나 토요걷기 산행에서 어쩌다 잊지 않고 시간 내어 찾아오는 옛날 술깨나 했던 친구가 대낮이지만 소주 한 병으로 10여 명이 섭섭한 마음을 달랠 수 있을 지경에 다다랐다.

 요즘은 문자로 매일 날아드는 경조사에서 특히 문상의 경우 가기 전에 많이 망설이게 된다. 나이가 나이이기에 어쩌다 장수하신 친구 부모님 부고에는 마음이 다급해진다. 어렸을 때 부모님을 일찍 여의어서 그런지 부모상에는 상주를 알기에 그래도 가서 위로해주고 싶고 문상객이 밀려오기 전에 마음을 전하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구의 빙부, 빙모 장례식장에는 가끔 마음이 안 가지기도 하며, 옛날 부계가족제도에 젖어서 그런지 아직도 망설여진다. 하지만 만일 내 자신이나 집사람이 그럴 경우 텅 빈 장례식장이 두려워지기도 한다. 이제까지 유교적 전통 생활방식에 젖어있기에 관혼상제에서 장례문화는 상주 중심으로 생각하기도 하며 또 자신보다 상대방에 대해 생각한다.

 사회 관념적인 거울에 비춰 자신을 비춰보면서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로 뒷정리를 하게 된다. 물론 젊은 시절에는 이곳저곳에 많은 인연으로 친구도 많고, 아는 지인도 많았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점점 떠나고 연락이 두절되면서 오가는 친구나 지인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환절기가 되면 생각지 못하게 많은 문자로 날아오는 돌아가신 분의 소식을 듣게 된다. 자랐을 때는 사는 동네를 중심으로 어른들이 문상가고 어린 친구들이 고인을 모신 집에 오가는 많은 문상객을 보고 자랐지만, 지금은 대부분이 아파트에 살기에 예전과 다르게 이웃이 없다.

 물론 장례식장에서 모든 예를 치르기에 어느 누구도 어르신 모시는 가정을 볼 수가 없다. 아파트 문화가 이웃사촌을 사라지게 했고, 또 어려움이 있을 때 주고받는 훈훈한 정을 막았다. 같은 구조, 똑같은 평수로 사는 집으로 평준화돼 오히려 서로 편한 교류로 다정한 이웃 정을 나누길 바라지만, 다른 평수의 떨어진 친구와는 서로 안부를 묻고 지내지만, 같은 평수 이웃과는 특히 아래위층 사이에는 중간소음 등으로 서로 조심하고, 관심을 끄고 지내야 하는 편한 이웃이 됐다.

 어쩌다 같은 또래의 철부지 어린아이가 엘리베이터나 아파트 입구에서 서로 아는 척하거나 말을 주고 받으면 마음이 벅차고 그래도 이웃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어른들에게는 멋쩍고, 정겨운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여유가 없는 것은 아마 정 붙이고 오래 사는 집이 아니라 언젠가 또다시 이사하기 위한 주거지이기에 그런 것 같다.

 오래 살며 눈인사를 하다 신뢰를 쌓아야 이웃이 되는데, 국가의 집값 정책으로 오래 살지 못하고 기회가 되면 이주하는 현재의 아파트 문화에서는 아파트가 삶의 터전으로 생활의 안정감을 주지 못하며 서로 감싸 안는 인간관계가 이뤄지지 않아서 진정한 이웃이 사라지고 있다. 오래 살며 아침저녁으로 마주치며 덕담과 눈인사를 하며 오래 살 수 있는 생활 공동체로 발전할 수 있는 주거문화 정책이 그립다.

 오래된 삶의 터전은 사는 사람들에게 삶의 안정감과 인간적인 성취감을 준다. 우리는 세계 제일의 아파트 건축기술을 갖고 있고, 세계 곳곳에 기술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제 국민의 대부분이 좁은 국도에서 아파트에 살고 있기에 국민을 위한 주거정책은 변화해야 한다. 인간관계를 회복시켜 줄 수 있는 주거문화 정책, 오래 살고 싶고 살 수 있는 주거 문화의 공동체를 이룰 수 있는 주거 정책을 보고 싶다. 아파트 허가, 등록, 그리고 소유 등에 따른 세금만을 보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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