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덕희가 20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윈스턴세일럼에서 열린 ATP 투어 윈스턴세일럼 오픈 남자 단식 본선 1회전에서 승리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S&amp;B컴퍼니 제공>
▲ 이덕희가 20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윈스턴세일럼에서 열린 ATP 투어 윈스턴세일럼 오픈 남자 단식 본선 1회전에서 승리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덕희(세계랭킹 212위)가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단식 본선에서 생애 첫 승리를 거뒀다. 1972년 창설된 ATP 투어 사상 최초로 청각장애 선수의 본선 승리라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덕희는 20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윈스턴세일럼에서 열린 ATP 투어 윈스턴세일럼 오픈대회 이틀째 단식 본선 1회전에서 헨리 라크소넨(120위·스위스)을 2-0(7-6<7-4> 6-1)으로 제압했다.

1998년생 이덕희는 선천성 청각장애를 갖고 있지만 어릴 때부터 ‘테니스 신동’으로 주목받아 19살 때인 2017년 세계랭킹 130위까지 오른 바 있다. 2014년에는 국제테니스연맹(ITF) 퓨처스 대회에서 16세 1개월의 나이로 정상에 올라 정현(151위)이 갖고 있던 국내 최연소 퓨처스 우승 기록(17세 1개월)을 경신했다.

이덕희가 청각장애를 딛고 투어 무대에 도전한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노바크 조코비치(1위·세르비아), 라파엘 나달(2위·스페인) 등 남자 테니스 세계 톱랭커들이 메이저 대회에서 훈련 파트너로 초청해 격려하기도 했다.

윈스턴세일럼 오픈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덕희와 인터뷰한 영상을 게재하며 ‘ATP 투어 최초의 청각장애 선수가 역사를 만들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ATP 투어 인터넷 홈페이지 역시 이덕희의 청각장애 선수 사상 첫 투어 대회 단식 본선 승리를 메인 화면 첫 소식으로 전했다. AFP통신과 로이터통신 등 세계적 언론사에서도 이덕희의 승리 소식을 별도로 전하며 비중 있게 다뤘다.

테니스뿐 아니라 다른 종목에서도 장애가 있는 선수가 비장애인 선수들과 실력을 겨루는 경우는 찾기 힘들다. 이덕희는 "공이 코트, 라켓에 맞는 소리나 심판 콜을 들을 수 없기 때문에 더욱 공의 움직임에 집중하고 상대 몸동작 등을 통해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고 어려움을 털어놓은 바 있다.

테니스에서는 1895년부터 1908년 사이 윔블던 여자 단식에서 다섯 차례 우승한 샬럿 쿠퍼(영국)가 청각장애 선수였다. 쿠퍼는 20대 중반부터 귀가 들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윔블던은 출전 선수가 지금과 달리 10여 명 남짓한 수준이었다. 그로부터 100년도 더 지났지만 다른 청각장애 선수가 일반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낸 적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이덕희의 승리 가치는 크다.

이덕희는 최근 투어 대회보다 한 등급 아래인 챌린저 대회에서 활약했다. 챌린저 대회 최고 성적은 2016년 타이완 가오슝 대회, 올해 6월 미국 아칸소주 대회 준우승이다. 생애 첫 투어 대회 단식 본선에 오른 그는 2017년 세계랭킹 93위까지 올랐던 라크소넨을 맞아 서브에이스 9개를 몰아쳤다. 1세트를 타이브레이크 끝에 따냈고, 2세트에서는 브레이크 포인트를 한 차례도 내주지 않으면서 일방적으로 승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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