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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선신 농협대학교 부총장
지난 13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부친과 외조부 묘소를 잇달아 참배한 후 기자들에게 "헌법 개정 논의를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할 때를 맞았다고 (부친에게) 보고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개헌의 목표는 평화헌법 체제를 수정해 일본을 ‘전쟁 수행이 가능한 나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예로부터 수없이 많은 일본의 침략을 받아온 우리로서는 크게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인 일본이 또다시 ‘전쟁’을 운운할 수 있는가. 원자탄을 맞고 항복하면서 조건으로 내건 것이 ‘천황제의 유지’였는데, 아베 총리의 극우적인 태도는 이러한 봉건적·후진적인 정치체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된다. 아베를 저지하지 않으면 일본은 또다시 군국주의로 회귀하게 될 것이고 그 피해는 ‘원자탄의 피해처럼’ 온전히 한일 양국 국민들이 떠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비극을 21세기에 또다시 재현하려 하는가. 정녕 아베는 ‘야만의 시대’로 돌아가려는가.

 일본을 변화시키려면 일본 국민들이 깨어나야 한다. 따라서 그들을 ‘계몽’하는 데 우리 국민도 힘써야 한다. ‘일본의 민주화’야말로 일본 내 극우주의자들의 위험한 불장난을 멈추게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촛불혁명’의 경험을 그들에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 최근 홍콩에서 벌어지는 민주화 시위가 한국의 촛불시위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데, 이제 일본을 변화시켜야 할 때다. 다행히 최근 한일 양국 시민들의 연대활동이 커지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지난 15일 민주노총과 일본 전국노동조합총연합(젠노렌)은 한일 간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분쟁 시 피해를 보는 것은 양국의 노동자라는 데 동의했다. 이 자리에서 오다가와 젠노렌 의장은 "(아베 정부의) 이번 화이트리스트 제외 결정은 징용공 판결의 보복임과 동시에 일본 국내의 배외주의를 선동해 헌법 개악을 위한 아베 정권 지지율 확보도 그 목적으로 하고 있다"라며 "한국인들의 분노는 당연하고, 아베 정권 타도는 우리와의 공통된 투쟁"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약 700개 시민단체 공동 주최로 ‘자주와 평화를 위한 8·15 민족통일대회’가 열렸는데, 이날 행사에 50여 명의 회원 등과 함께 참여한 후미모토 야스나리 ‘포럼 평화인권환경’ 공동대표는 "아베 정권은 헌법을 바꿔 전쟁 전 국가체제로 돌리려고 하는데 일본을 망치고, 동아시아 평화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일본헌법의 평화 조항은 침략전쟁과 식민지 지배의 반성이며 과거 전쟁으로 피해를 입었던 아시아 모든 국민들과 한 약속"이라면서 "아베 정부의 잘못된 역사 인식과 패권주의를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일본의 평화운동가 다카다 겐과 후쿠야마 신고(전쟁반대 헌법9조 수호 총참여행동 실행위원회 공동대표)도 아베의 잘못된 역사인식에서 비롯된 극우적 태도를 비판하면서 향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한국 시민사회단체와 협력하기로 했다.

 이와 같은 한일 양국 시민들의 연대 노력이 확산되기 바란다. 특히 한일 법률가들의 협력과 연대도 강화돼야 한다. 한일 갈등의 원인이 법적인 문제(한국 대법원의 징용배상 판결)에 있었던 만큼 그 해결 방안도 법적 측면에서 강구돼야 한다. 어설프고 어정쩡한 정치·외교적인 해결 방안을 강구해봐야 또 다른 갈등 소지를 배태할 우려가 있으므로 ‘확실한 법적 해결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일 법률가들이 함께 논의해서 법리에 합당한 공동 결론을 제시해야 한다.

 오늘날 일본이 ‘인간의 존엄성’과 ‘평화’를 무시하는 처사를 계속한다면 이는 인류 역사 발전의 성과와 지향, 즉 ‘문화’와 ‘문명’을 깡그리 배반하는 것이다. ‘이성’보다 ‘힘’과 ‘대결’을 앞세우는 ‘야만의 시대’로 돌아가는 것이며, 그들의 새 연호인 ‘레이와(令和)’의 시대정신에도 배치된다. 그들을 그렇게 하도록 방치하면 한일 양국 국민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되므로 이를 저지해야 한다.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 보장을 위해 한일 양국 국민들이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영원히 이웃 나라일 수밖에 없는 한일 양국이 사이좋게 지내야 하지 않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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