杯弓蛇影(배궁사영)/(杯 잔 배/弓 활 궁/蛇 뱀 사/影 그림자 영>

직역하면 술잔에 비친 뱀 그림자라는 말이다. 악광(樂廣)에게 한 친구가 찾아왔다. "지난번 내가 자네 집에 머물고 있을 때 술 대접을 받은 일이 있었지. 그때 막 잔을 들어 술을 마시려 하는데 문득 술잔 안에 작은 뱀 한 마리가 보이더군. 그냥 꿀꺽 마시기는 했지만 기분이 몹시 나빴다네. 그 후로 그만 병이 나서…."

 악광은 친구를 대접할 당시의 상황을 조심스럽게 돌이켜 생각해봤다. 그때 거실 벽에는 작은 뱀이 아로새겨진 채색된 각궁(角弓)이 하나 걸려 있었는데 술잔 안에 비친 작은 뱀은 틀림없이 바로 그 각궁의 뱀이 반사됐던 것인 듯했다. 악광은 술잔을 원래 자리에다 놓고서 그의 친구에게 물었다.

 "술잔 안에 무엇이 보이는가?"

 "지난번에 보이던 것과 똑같네."

 이에 악광은 지난번 술잔에 작은 뱀이 보였던 까닭을 설명했다. 친구는 그때서야 비로소 모든 의문을 풀었고 병도 나았다. <鹿鳴>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