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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석승 21C안보전략연구원 원장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솔솔 불어오니, 그 무덥던 더위도 이제 서서히 물러가고 결실(結實)의 계절인 가을이 어느덧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는 것 같다. 이런 계절의 순환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바뀌지 않는 것이 있으니,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북한의 대남 비난 행태이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민족끼리’니 ‘민족공조’니 하면서 남북 공조(共助)를 입버릇처럼 되뇌이면서도 언제 그랬냐 싶게 분단 이래 지금까지 북한의 원색적인 대남 비난은 시기별로 그 정도(程度)나 빈도(頻度)가 다소 낮아지거나 높아지며, 간극(間隙)을 두고 있을 뿐 좀처럼 중단되지 않고 있다.

 지난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새롭게 출범하고 연이어 ‘판문점선언’과 ‘평양선언’이 채택된 이후 한동안 자제(自制)되는 듯하던 북한의 대남 비난이 다시 재개돼 남북관계 개선에 ‘먹구름’을 드리우게 하는 장애 요소로 작용했다. 여기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지난 4월 이후에는 우리의 대통령과 정부를 대상으로 하는 원색적 비난을 계속함으로써 그 저의(底意)에 내외의 관심이 촉발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편린(片鱗)을 살펴본다면, 우선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1차회의 김정은 위원장의 시정연설(4.11)에서 "오지랖 넓은 중재자"로 비난했으며, 이후에는 외무성 미국담당국장 권정근의 담화(8.11)를 통해 "겁먹은 개가 더 요란스럽게 짖어대는 것…새벽잠까지 설쳐대며 허우적거리는 꼴…." 등으로 이어졌으며,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담화(8.16)에서는 문 대통령의 경축사를 두고 "정신구호의 나열…망발(妄發)…허무한 경축사…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仰天大笑)할 노릇…정말 보기 드물게 뻔뻔스러운 사람" 등으로 비난했다.

 여기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그동안 북한과 미국과 대화를 주선하고 유엔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완화 등을 위해 ‘중재자, 촉진자’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던 문 대통령의 노력에 대해 적반하장(賊反荷杖)적 행태를 나타내면서 "남조선 당국자들과 더 이상 할 말도 없고, 다시 마주 앉을 생각도 없다"는 단언(端言)까지 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황당(荒唐)한 일인가?

 북한이 이렇듯 문 대통령을 비롯해 우리나라의 주요 정책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을 지속하고 있는 것은 이른바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에 기반한 것으로, 더 이상 효용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데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을까?

 아마도 지난 6월 말 판문점에서 전격적 회동(會同)이 북미 양국 정상 간 친서(親書) 교환 및 ‘트위터’의 힘에 의해 이뤄졌다고 과신(過信)하면서 의도적으로 우리 대통령과 정부를 ‘용도폐기’한 것은 아닐까?

 아니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 등 경협(經協)을 적잖이 기대했지만 우리 정부가 이에 적극적으로 부응하지 못한데 대한 반대급부(反對給付)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미국과 관계 개선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실망과 불만을 우리 정부에 ‘화풀이’하려는 차원에서 이런 비난을 지속하는 것일까?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처럼 북한의 진의(眞意)를 정확히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아마도 이런 지속적 비난을 통해 그끄저께(8.20) 끝난 한미연합훈련의 축소 내지 폐지 등 한미 이간을 획책하려는 술수(術手)로도 볼 수 있을 것 같으며, 이와 함께 남북관계 개선에 올인하고 있는 우리 정부가 정면으로 반박(反駁)하기 힘들 것이라는 포석(布石)을 놓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정확한 이유가 어디에 있든 간에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지는 못할망정 원색적 비난을 지속하는 것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훨씬 큰 자충수(自充手)’라는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북한 당국의 절제(節制)와 자중(自重)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 바로 지금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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