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리 학생들이 전문 외부강사를 초청해 오디오북 제작과정을 체험하고 있다.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함께 동화책을 제작하는 고등학교 학생자율동아리가 지역사회에 큰 귀감이 되고 있다.

 주인공은 여주 점동고등학교 학생자율동아리 ‘모위그’다. 모위그는 ‘모두를 위한 그림책 만들기 동아리’의 준말이다.

 여주교육지원청 관할 점동고에서 운영 중인 학생자율동아리 ‘모위그’는 지난해 3월부터 현재까지 오디오북 및 점자책 제작, 쉬운 글로 옮기기 등 동화책 만들기로 ‘장애인식 개선을 위한 동아리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동화책 제작 과정에 참여하면서 장애 학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고, 향후 비장애 학생들이 특수교육에 관심을 갖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다.

▲ 말랄라의 일기 점자책, 오디오북.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화책

 모위그는 장애 유무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같은 매체에 접근할 수 있도록 공통교육과정 문학책에 실리는 내용을 점자, 오디오북, 쉬운 문장으로 표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 유니버설 디자인을 교육에 적용, 학생들이 평소 당연하게 생각하던 문학책의 접근성에 의문을 갖게 해 2015 교육과정의 핵심 역량인 의사소통 역량과 공동체 역량을 기르는 데 중점을 뒀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장애 유무나 연령 등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이 제품, 건축, 환경, 서비스 등을 보다 편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을 뜻한다. 영국의 건축가이자 인권운동가인 셀윈 골드스미스에 의해 처음 개념이 정립됐으며, 미국의 건축가인 로널드 메이스에 의해 널리 알려졌다. ‘모두를 위한 설계’로 불리기도 한다. 예를 들어 쥐는 힘이 약한 사람들을 위해 레버식 문 손잡이를 설계하는 것 등을 유니버설 디자인으로 일컫는다.

 모위그는 고등학교 2학년부터 3학년까지 총 8명의 학생이 활동한다. 장애 학생 3명, 비장애 학생 5명으로 꾸려졌다.

 이 동아리는 올해 경인교대에 진학한 졸업생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학기 중 교내에서 열린 장애이해 글짓기대회에 가장 먼저 작품을 제출한 학생이 장애 학생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동아리를 만들고 싶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출발했다.

 모위그는 일반학급 학생과 특수학급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협력해 책을 만들면서 진정한 하나의 의미로서 성공적인 통합교육의 장을 만들고 있다.

▲ 여주 점동고 학생자율동아리 ‘모위그’ 학생들 모습
 전문 외부 강사를 초청해 ‘오디오북 만들기’ 과정에 참여, 자신들이 만든 책을 어떻게 하면 전달력 있게 읽고 어떤 효과음이 필요한지 배운다. 지속적인 점자 쓰기 활동을 진행해 점자에 대한 흥미도를 높이고, 오류 없이 이를 옮겨 쓸 수 있는 동화책을 제작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모위그 학생자율동아리 담당 김혜림 교사는 "동아리 활동으로 장애·비장애 구분 없이 배려와 나눔을 자연스럽게 익혀 학생들이 민주시민 역량을 키우고 있다"며 "앞으로는 지역사회 도서관이나 점자도서관에 학생들이 만든 동화책을 기증할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특수교육 관심으로 이어져

 지난해 12월 열린 ‘교내 동아리 발표회’에서 모위그도 부스를 마련했다. 특수학급 학생들과 함께 ‘점자 퀴즈대회’, ‘점자 이름표 만들기’ 활동을 진행해 전교생이 장애인식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줬다.

 특히 말랄라의 자서전 「말랄라의 일기」,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쉬운 문장, 점자, 오디오북으로 표현한 지난 1년 동안 만든 결과물을 전시하고 본교 도서관에 기증했다.

 동화책 제작 과정은 아마추어 책 편집자들에게는 큰 도전이다. 교과과정에 수록돼 있는 동화책을 점자 및 오디오북으로 동시에 제작하는 게 쉽지 않은 작업이기 때문이다.

▲ 여주 점동고 학생자율동아리 ‘모위그’ 학생들 모습
 우선 의사소통이 쉽지 않은 장애 학생과 끊임없이 비언어적 대화를 통해 의견을 교류해야 한다. 장애 학생들은 오디오북을 만들 때 들어가는 의성어를 녹음한다.

 또 점자가 들어간 동화책 제작을 위해 이를 직접 배워야 한다. 지난해 처음 동아리를 개설하고 약 2개월 동안 비장애 학생들이 점자를 익히는 시간을 가졌다.

 이 과정에서 특수교사는 장애 유형에 따라 장애 학생이 동화책 제작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동아리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점동고등학교 동아리 발표회 우수동아리’로 선정돼 보람과 기쁨을 느끼기도 했다.

 또 모위그 활동을 통해 미디어 매체의 활용, 특수교육 분야에 관심이 생긴 학생들은 관련 대학으로 진학했다. 장애 학생들은 동아리 활동이 진로 탐색에 넓은 시각을 제공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설명했다.

 강민주(3년)학생은 "장애를 겪는 친구가 급우로 생활하고 있지만 조별 과제나 서로 지낼 때 소통에 어려움이 있을 거라는 선입견 때문에 데면데면한 사이로 지낸다"며 "동아리 활동을 통해 장애 학생들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함께 동화책을 만들면서 하나의 결과물을 이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박종대 기자 pjd@kihoilbo.co.kr

사진=<여주 점동고등학교 제공>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