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2200020075274.jpeg
▲ 배우 고(故) 장자연씨를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조선일보 기자 조 모 씨가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연합뉴스

배우 고(故) 장자연씨를 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조선일보 기자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 오덕식 부장판사는 22일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전직 기자 조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장씨의 죽음 이후 제기된 성범죄 의혹과 관련해 10년 만에 기소가 이뤄졌지만, 법원은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 의혹은 2009년 장씨가 성 접대를 했다고 폭로한 문건을 남기고 사망하면서 촉발됐다.

 당시 검찰은 소속사 대표와 매니저를 폭행과 명예훼손 등 혐의로만 기소하고 성 상납 의혹 관련 연루자는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지난해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가 재수사를 권고했고, 검찰은 과거 판단을 뒤집고 조씨를 기소했다.

 검찰은 조씨가 2008년 8월 5일 장씨 소속사 대표의 생일파티에 참석해 장씨에게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고 봤다.

 그러나 재판부는 당시 추행 행위를 봤다고 주장하는 유일한 증인인 윤지오씨의 진술을 그대로 믿을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윤씨는 2009년 수사 당시 경찰과 검찰에 여러 차례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가해자를 바꿔 지목했다.

 일본어를 잘 하는 50대 신문사 사장이라고 설명했다가 모 언론사의 홍모 회장을 지목했고, 이후 조씨를 지목했다.

 다만 윤씨는 이것이 선명하지 않은 기억 때문에 생긴 착각일 뿐, 처음부터 조씨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설명해 왔다. 이번 재판에서도 같은 취지로 증언했다.

재판부는 이런 윤씨의 설명은 받아들이면서도, 당시 이 자리에 있던 남성 4명 가운데 30대로 가장 나이가 어렸던 조씨를 추상적으로라도 지목하지 않은 것이 의문스럽다고 봤다.

 재판부는 "면전에서 추행 장면을 목격했다고 하는 윤씨가 7개월 뒤 조사에서 가해자를 정확히 특정하지는 못했더라도 ‘일행 중 처음 보는 가장 젊고 키 큰 사람’ 정도로 지목할 수는 있었을 것"이라며 "50대 신문사 사장이라고 진술한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씨가 설명한 가해자의 외양이 실제 조씨의 모습과 차이를 보이는 점도 의문이 드는 지점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또 조사를 받던 도중에 홍 회장의 알리바이가 입증되자 윤씨가 조씨를 가해자로 지목한 과정에도 의문이 있다고 했다.

 아울러 "윤씨의 진술에 따르더라도 소속사 대표는 오해받는 것을 두려워했고, 장씨와 친밀한 행동을 했으며 장씨 등이 술도 따르지 않도록 관리했다고 한다"며 "그렇다면 공개된 장소에서 추행이 벌어졌다면 최소한 피고인이 강한 항의를 받았어야 하는데, 한 시간 이상 자리가 이어졌다"는 의문도 제기했다.

 재판부는 조사 과정에서 진술을 바꾼 조씨의 태도 역시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사실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윤지오가 홍모 회장이 참석했다고 진술했다는 말을 경찰로부터 듣고는 (홍 회장이) 참석하지 않았음에도 참석했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진술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정황을 보면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같은 행동을 했으리라는 강한 의심이 든다"고 했다.

 하지만 "윤지오씨의 진술만으로는 피고인에게 형사처벌을 가할 정도로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가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무죄를 선고받은 조씨는 "법원의 현명한 판단에 감사드린다"는 소감을 남기고 법원 청사를 빠져나갔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