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현린 주필(主筆)
우리는 대통령이 정부의 요직에 고위 공직자를 임명하고자 할 때, 국회가 행하는 인사에 관한 청문회(聽聞會)제도를 두고 있다. 청문회에서는 그 후보자가 공직자로서 자질과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검증한다.

 개각에 앞서 대통령이 임명한 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 절차가 시작됐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아 무용론이 제기되기도 하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국민들은 또다시 지켜보게 됐다.

 뒤질세라 한 치 양보 없는 막말을 쏟아내는 여야(與野) 양 진영이다. 국민들이 예견한 바와 같이 여야 간 진흙탕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지나간 청문회마다 당초 청문 목적을 이루지 못한 채 흐지부지 끝내곤 해왔다.

 국민들은 식상(食傷)하다. 과거 어느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보다 여당과 야당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이번 청문회다. 국회는 여야 간 입장차로 청문 일정조차 잡지 못한 채 귀중한 국회 일정만 허비하고 있다.

 신문 방송마다 온통 조 후보자에 대한 각종 의혹들을 쏟아내고 있다. 전재(轉載)하기조차 부끄러울 정도의 신조어도 양산되고 있다. 목도하고 있자니 점입가경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 자화상을 보고 있는 듯해 씁쓸하기까지 하다.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는 개각이라면 그 결과에 정부는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그렇게 된다면 당연한 귀결로 현 정부가 내세운 슬로건이기도 한 "기회는 공평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기치(旗幟)는 허공에 사라지고 말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하겠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공직자는 의심받는 것만으로도 자격 상실이다. 드러나는 조 후보자에 대한 의혹들이 사실이라면 국민들은 장관으로서의 자격 유무를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유감스럽게도 청문회를 통해 검증되기도 전에 장관 재목으로서는 이미 만신창이(滿身瘡痍)가 됐다. 언론을 통해 드러나고 있는 자녀들의 각종 의혹에 대한 진위 여부는 가려져야 한다.

 법(法)은 도덕(道德)의 최소한이라 했다. 제기되고 있는 과거 행적에 대한 적법성 여부 이전에 도덕성 검증을 넘어야 한다. 게다가 국민 감정법에 비춰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지도 후보는 자성해 봐야 한다.

 세상에는 세 가지 부류의 사람이 있다고 한다. 반드시 있어야 할 사람과 있으나마나 한 사람,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사람이 그것이다. 인사 검증을 통해 도저히 장관으로서 깜냥이 안되는 사람이 장관 자리에 앉는다면, 있어서는 안 될 사람을 자리에 앉히는 꼴이 되는 것과 같다.

 국민들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장관이 임명돼야 한다. 그렇기에 장관으로서 능력과 자질을 갖췄는지 검증하는 것이다.

 청문회 때마다 반복되는 후보들의 거짓말 퍼레이드가 시작됐다. 또 몇 명의 장관 후보들이 참과 거짓 사이를 오가며 곡예를 펼치다가 추락할지 모른다.

 진품 하나 없는 현실에 실망을 거듭하고 있는 국민들이다. 타인에게는 봄바람처럼 따듯하게 대하고, 자기 자신에게는 가을서리처럼 엄격하게 대하라는 뜻의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이야말로 정치인을 포함한 모든 공직자들이 가슴에 새겨야 할 마음자세다.

 함량미달의 인사가 장관 자리에 앉으면 그 폐해는 온전히 국민의 몫으로 돌아간다. 다소 인물난을 겪는다 해도 나라의 인재를 등용함에 있어 우리가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썩은 나무로는 조각을 할 수 없다(朽木不可雕也)는 말이 그것이다.

 청문위원들은 여야 국회의원들로 구성된다. 지금까지 국민들이 보아온 청문회 모습은 후보의 자질과 능력 유무를 따지기 전에 자당 이익이 잣대였다는 의문을 지울 수가 없다.

 이번 청문회도 구래(舊來)의 사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진정 국민들이 기대하는 바람직한 장관 출현은 기대난이다. 의자는 앉는다고 임자가 아니다. 반드시 임자가 따로 있는 법이다. 하물며 장관 자리에 있어서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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