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청소년이 위험하다. 집을 나온 청소년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찾은 가출팸과 어울리면서 ‘범죄의 늪’에 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범죄를 목적으로 성인이 만든 가출팸에 들어간 청소년들이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본보는 총 3차례에 걸쳐 가출청소년 실태와 문제점을 살펴보고 대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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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산 백골시신은 10대…범인은`가출팸' 청년들 (CG) /연합뉴스

"18살 여자인데 서울 근처 재워 주실 분 구해요.", "페메(개인 메시지) 주세요. 재워 드립니다."

2천800여 명이 멤버로 있는 한 SNS ‘가출팸(가출 패밀리)’ 관련 계정에 게재된 글이다. 외부에 비공개 처리돼 있었지만 간단한 가입 절차만 거치면 손쉽게 활동할 수 있다. 다른 계정에서는 새로 가출팸을 만든다며 멤버를 모집하는 글이나 밥을 사 줄 테니 자신이 있는 곳으로 오라는 등 다양한 글이 오갔으며, 남성보다 주로 여성이 올린 글에 20∼30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

가출팸이란 가출한 청소년들이 함께 생활하는 무리를 뜻한다. 과거에는 쉼터에서조차 머무르기 싫어하는 10∼15명 규모의 다수 또래들로 운영돼 왔다. 최근에는 월셋방에 살 수 있는 4∼6명의 점조직 형태로 변하면서 언뜻 외부에서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가출팸인지조차 분간하기 어려워졌다.

특히 또래 학생이나 성인들이 범죄에 이용하기 위해 만든 가출팸에 새로운 가출청소년들이 들어가면서 범죄에 휘말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SNS는 가출청소년과 범죄자를 연결하는 매개체가 되고 있다. SNS를 통해 꾸려진 가출팸은 생활비를 벌기 위한 생계형 범죄부터 성매매, 대포통장을 수집해 보이스피싱 조직 등에 팔아넘기는 중범죄까지 저지르고 있다. 문제는 성인이나 또래 학생이 범죄를 목적으로 구성한 가출팸에 새로운 가출청소년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6월 오산시의 한 야산에서 백골 상태로 발견된 A(사망 당시 17세)군 역시 가출팸 멤버들에게 살해당했다. 경찰에 따르면 A군은 SNS를 통해 2017년 12월부터 해당 가출팸을 알게 됐으며, 가출한 뒤 바로 가출팸에 들어갔다. 이후 지난해 6월까지 가출팸과 어울리면서 성남과 충남 천안 등에서 월셋방을 구해 생활했다. 해당 가출팸의 실질적 운영자인 B(22)씨 등 동갑내기 3명은 모두 성인으로, A군 등 가출청소년들을 모집해 대포통장 수집 및 매매 등 범죄를 저질렀다.

A군은 B군 등이 시킨 범행에 연루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이들의 범행 내용을 진술한 게 화근이 돼 B씨 등에게 무참히 살해되는 등 앙갚음을 당했다.

경찰 관계자는 "A군이 포함돼 있던 가출팸으로 인해 범죄에 연루된 청소년이 다수 있다"며 "만일 숨진 A군에게 다시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제공됐다면 죽음으로 내몰리진 않았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종현 기자 qw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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