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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훈 겨레문화연구소 이사장

‘그 지역에서 생산돼 장거리 운송과정을 거치지 않은 농수산물이나 먹을거리’를 일컬어 보통 로컬 푸드(local food)라고 한다. 로컬 푸드라는 이름은 애초 지역에서 재배되고 가공된 농수산물이나 먹을거리의 이동 거리를 줄이고, 생산자가 누구인지도 밝혀서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신뢰를 쌓아 먹거리 안전을 지키고자 하는 로컬 푸드 운동에서 비롯됐다.

 

 로컬 푸드의 가장 좋은 점은 우리 지역에서 생산되는 안전한 먹거리를 유통단계를 최소화해 신선하게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장거리를 이동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운송비용이나 환경오염 등도 최소화할 수 있어 더욱 좋다. 게다가 로컬 푸드는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해 친환경 방법 등과 같이 안전한 먹거리 생산을 위해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니 이는 생산자의 의식 변화까지 이어지게 한다. 게다가 그 지역에서 생산된 먹거리를 그 지역 주민들이 소비하게 돼 지역의 돈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게 되니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는 효과까지 거둘 수 있게 된다. 로컬 푸드 운동의 근본정신은 지역 농수산물이나 먹거리 판매 정도가 아니라 지역공동체를 살리는 데 있다.

 그러므로 로컬 푸드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나 참여도가 지금보다는 한결 높아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환경부 산하 기관이기도 하고, 수도권 폐기물을 반입해 매립하고, 매립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스와 슬러지(sludge), 폐수 등을 자원화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지역신문을 포함한 모든 종이신문 구독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무슨 중대한 계기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만드는 이번 조치는 ‘지역 언론 육성을 위해 지역신문 지원 확대 추진’을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한 현 정부의 언론관을 오해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점에서 지극히 잘못된 판단이라는 생각이 든다.

 공사 측이 내놓은 구독 중단 사유를 보면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폐기물을 자원화하는 역할을 하는 매립지공사가 신문 수만 부가 읽히지 않은 채 매년 버려지는 것을 더는 방치할 수 없었다고 강조하면서, 신문을 단순히 ‘읽히지 않은 채 버려지는 폐기물’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 그리고 온라인 뉴스 구독 보편화와 종이신문 활용도 저하를 이유로, 종이신문 구독 대신 온라인으로 신문기사 모니터링을 계속할 계획이라는 핑계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당연히 지역 신문사 등 언론계에서는 공기업 스스로 공적 기능이 큰 신문의 가치를 평가절하하고, 다양한 여론을 들을 수 있는 창구를 없앴다고 반발했다. 대학의 한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인터넷에서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고 해도 지역 공공기관은 지역 언론 등 신문을 모니터링하고, 행정 수행에 반영해야 한다"라며 "신문 구독을 끊는다는 것은 여론을 파악하려는 측면을 소홀하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신문협회 또한 "공적 임무를 수행하는 공기업 관계자들이 휘발성 높은 온라인 기사에만 주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제대로 된 저널리즘은 긍정적 외부효과가 큰 대표적인 공공재이므로 신문의 공공재적 특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기 바란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의 종이신문 구독 전면 중단은 당연히 재고돼야 마땅하다. 공사는 지역신문의 건전한 발전기반을 조성해 여론의 다원화, 민주주의의 실현 및 지역사회 균형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지역신문발전지원 특별법’의 존재를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법에서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신문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필요한 시책을 마련해야 하고, 지역신문의 취재 및 보도 자유를 보장하고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도 하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물론이고 모든 관공서나 공기업들은 지역신문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져야 한다.

 지역신문은 이른바 ‘중앙지(中央紙)와는 다른 특별한 기능을 지니고 있다. 대개 겉 포장은 화려하나 수많은 첨가물이 오히려 불안한 대량생산 식품이 중앙지라면, 지역신문은 우리 지역에서 생산되는 안전한 먹거리인 ‘로컬 푸드’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로컬 푸드의 좋은 점을 그대로 지역신문에 대입(代入)해 보면 바로 맞아 떨어진다.

 지역 소식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중앙지와 달리 우리 지역에서 발행되는 신문은 자치분권의 핵심인 참여와 소통의 길을 만들어가는 통로가 된다. 지역신문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일이 결국 지역사회를 성장시키고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들어가는 초석이 된다는 뜻이다. 로컬 푸드 운동의 근본정신과 지역신문의 존재 이유는 그래서 서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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