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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도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내일 29일은 ‘한일병탄(韓日倂呑)’조약이 체결된 지 109년이 되는 날이다. 한일병탄조약은 1910년(융희4) 대한제국이 일본과 강제로 맺은 조약으로, 대한제국의 통치권을 일본에 넘겨주고 합병을 수락한다는 내용이다. 조약의 공포는 8월 29일에 이뤄져 대한제국은 일본제국의 식민지가 됐다. 흔히 국권피탈, 경술국치, 일제강점 등으로도 불린다.

 8월은 우리 역사에서 있을 수 없는 사건들이 많았던 달이다. 민족의 기쁨이었던 8·15 광복절도 그 중 하나이다. 그러나 8·15 광복절을 잘 기억해도, 나라를 잃었던 그날에 대해 기억하는 국민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날은 바로 지금으로부터 109년 전 8월 29일 식민통치 시작이 된 치욕의 사건, 즉 경술국치(庚戌國恥)인 한일병탄조약이다.

 그 배경에는 일제가 1910년 5월 일본 육군대장 데라우치를 3대 통감으로 임명, 한국 식민화를 단행하도록 했으며, 이에 통감은 한일병탄조약을 체결할 시기만을 노리다가 8월 16일 비밀리에 총리대신인 이완용에게 병탄조약인을 제시하고 수락할 것을 독촉했다. 그래서 같은 달 22일 이완용과 데라우치 사이에 병탄조약이 강제로 조인됨으로써 한국은 암흑의 일제강점기 36년간을 맞이하게 됐다. 체결 당시 정식명칭은 한일합병조약이다. 한일합방이라고도 부른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한국은 일제에 ‘병탄(倂呑)’됐다는 표현이 맞다. ‘병탄(倂呑)’이란 "남의 재물이나 영토를 강제로 빼앗아 제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한일병탄(韓日倂呑)이란 표현이 맞다.

 우리는 역사에 부끄럽지 않게 당당히 한일병탄조약이란 용어를 사용해야 하며 근현대사 역사교과서에서도 조속한 시일 내에 고쳐야 한다. 또한 전 세계 각국 역사 교과서에 한국식민지와 관련해 ‘한일합병(韓日合倂)’이라는 용어가 표기돼 있으면 한일병탄이란 정확한 용어 표기를 각국에 요구해야 한다.

 아직도 역사를 바로잡고 치욕을 청산하는 과정은 끝나지 않았다. 일본은 반세기가 넘도록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은 상태이다. 잊고 싶은 역사이지만, 그냥 잊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일본의 종전일이자 한국의 광복절인 8월 15일,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침략전쟁의 상징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를 위해 긴 줄에 늘어서 있는 사람들 사이로 야외 스피커에서 종전 기념행사의 라디오 생중계가 흘러나왔다. 마치 공원에 놀러 나온 평범한 나들이 객 같았던 사람들이 달라 보인 것은 나루히토(德仁) 일왕의 발언이 끝난 순간이었다. 진지하게 굳은 표정의 사람들은 일제히 손을 치켜들고 "천황폐하 만세"를 합창했고, 2019년 여름은 1940년대 제국주의 시절로 돌아갔다.

 매년 그래왔듯, 이날 야스쿠니신사는 제국주의 일본의 ‘광기’가 터져 나오는 우익들의 해방구였다.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 될 역사이므로 우리나라의 소중함을 알고 이를 지켜나가기 위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 각자는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적으로는 과거사를 바로잡고 이를 기록으로 공식적으로 남기면서 대내외적으로 알리는 작업을 해야 한다. 여기에는 반드시 우리 국민의 관심과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 땅에 일제 만행에 의해 자행됐던 통한의 침략 역사가 다시는 우리와 국가 이익을 달리하는 강대국들에 의해 반복되지 않았으면 한다.

 따라서 우리 역사교과서뿐만 아니라 달력 등 표기가 가능한 모든 것에 마땅히 ‘합병’이 아닌 ‘병탄’이나 ‘경술늑약(庚戌勒約)’이라고 표기함으로써 이 땅에 일제 만행에 의해 자행됐던 통한의 침략 역사가 다시는 우리와 국가 이익을 달리하는 강대국들에 의해 반복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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