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드디어 내 집 마련에 희망이 생기는 건가."

 최근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발표된 이후 서울에 사는 결혼 4년 차인 대학원 후배가 "이제 10년 동안 소중히 간직한 청약통장을 이용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런 그에게 "꿈도 야무지구나"라며 핀잔을 줬다. 상한제가 도입되고 값싼 집이 공급된다고 하지만 30대 후반인 그에게는 오랜 기간 기회는 없을 것이라는 게 내 판단이었다.

 정부는 서민의 주택 구입 부담을 줄이고자 상한제 적용을 확대했다. 이때부터 경제의 기본 원리인 ‘수요와 공급 법칙’이 작동한다. 억지로 내려간 가격만큼 수요가 몰린다는 것이다.

 서울은 둘째 치고,‘준강남권’으로 불리는 과천, 하남, 분당, 광명 등 경기도내 투기과열지구에서 나이가 30대인 가족이 살 만한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는 모두 청약 가점제가 적용된다.

 무주택 기간(만점 32점), 부양가족 수(35점), 청약통장 보유 기간(17점)을 토대로 산정하는 가점제에서 30대가 당첨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나마 투기과열지구보다 한 단계 아래인 조정대상지역이며, 서울로 출퇴근이 용이한 수원, 수지, 동탄, 광교라고 해도 이미 가격이 오를 만큼 올라, 평범한 샐러리맨에게 내 집 마련 자체가 어려운 곳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투기과열지구 당첨 가점 평균은 50점이었다. 배우자와 자녀 2명이 있는 가구주가 무주택 기간과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 각각 9년을 넘어야 얻을 수 있는 가점이다.

 앞서 정부는 집값을 잡기 위해 9·13대책부터 수많은 부동산 정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서민들이 체감하고 실효성 있게 느낀 정책은 얼마나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정책의 본질은 아마 국민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해 삶의 ‘희망’을 주는 것일텐데. 그러나 정부가 민간택지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기로 하면서 일명 ‘로또청약’을 기대하는 소위 청약점수와 실탄(현금)을 가진 수요자들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내 집 마련을 향한 서민들의 꿈은 그저 ‘희망 고문’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