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의결했다. 총 수입은 올해보다 1.2% 늘어난 482조 원, 총 지출은 9.3% 늘어난 513조 원 규모다. 문재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내년 예산은 아무도 흔들 수 없는 강한 나라로 가는 발판을 만드는 데 특별히 주안점을 뒀다"고 밝혔다. 물론 재정확대 정책은 ‘단기적으로’ 성장 잠재력을 제고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세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씀씀이만 늘리면, 그 결과가 정반대로 나타날 가능성이 더 크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내년도 예산안이 계획대로 집행될 경우 올해보다 GDP 대비 재정수지(1.9→3.6%)와 국가채무(37.1→39.8%)가 급속히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낙관적으로 전망한 총 수입(1.2%)까지 목표치에 미달하면 이 재정건전성 비율들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금융시장 불안과 차입여건 악화로 국가신용도가 떨어지고, 성장동력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과도한 적자를 수반하는 재정확대가 오히려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부메랑이 돼서 돌아올 수 있다는 뜻이다. 2015년 9월, 당시 야당 대표였던 문 대통령도 다음 해 예산안에 대해 "박근혜 정부 3년 만에 나라 곳간이 바닥나서 GDP 대비 40%(2016년 국가채무 비율 38.2%)에 달하는 국가채무를 국민과 다음 정부에 떠넘기게 됐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그런데 불과 4년도 채 안 지난 시점에서 같은 문제에 대해 여력이 충분하니 괜찮다는 건 납득하기 힘들다.

국가채무에 대한 인식도 바꿔야 한다. 정부는 내년도 국가채무를 805조5천억 원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단순비율로 추산한 ‘공무원·군인 연금충당 부채(1천140조여 원)와 41개 공공기관 부채(200조여 원)의 예상치’까지 더하면 실제 국가부채는 2145조여 원에 육박한다. 내년도 GDP(목표치) 2024조 원을 훌쩍 넘어서는 이 수치가 우리의 현실인 것이다. 국가채무는 미래 세대에 빚을 지는 일이니 만큼 복지 같은 ‘이전성 항목’이나 공무원 급여 같은 ‘경직성 항목’에 과다하게 지출을 해서는 안 된다. 경기부양 효과가 큰 투자성 항목에 집중시켜 채무상환 능력을 키우는 쪽으로 쓰여지는 게 합리적이다. 지금은 세출 구조조정을 할 때지, 빚 내서 돈 퍼부을 때가 아니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