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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중재 한국교통안전공단 경기북부본부장

지난 7월 일어난 교통사고가 아직도 머릿속을 맴돈다. 쪽파 농사를 위해 충남 홍성에서 근로자들을 모아 경북 봉화로 작업을 하러 가던 승합차가 전복돼 차안에 타고 있던 16명의 사람들 중에 4명이 숨지고 3명이 중상을 입은 사고 말이다. 일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촌에서 교통사고로 안타까운 목숨마저 잃게돼 얼마나 황망한지 모르겠다.

 또 최근에는 서울외곽순환도로에서 3중 연쇄 추돌사고로 2명이 사망했다. 미디어가 발달한 세상인지라 과거에 비해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교통사고 소식을 접할 때마다 교통안전을 선도하는 직업적 위치에서 가슴이 먹먹하다.

 저마다의 사고에 사연 없는 일이 없지만 교통사고는 한마디로 ‘삶을 파괴하는 드라마’라고 정의하고 싶다. 사고가 나는 순간 예상하지 못한 어려운 일들이 한꺼번에 닥치기 때문이다.

 그 중 가장 고통스러운 일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는 것이다. 부모나 형제, 자식을 교통사고로 떠나보낸 이들은 평생 그 아픔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야 하는 가혹한 일상을 보내야 한다. 현실적인 문제에서는 교통사고가 나면 ‘저소득층’으로 추락할 위험이 커진다.

 예고 없이 발생한 교통사고는 소득감소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신체적 정신적 건강의 악화, 자녀양육의 위기, 대인기피 등을 야기하며, 재정적인 문제를 초래한다.

 이런 광범위적인 피해를 주는 교통사고는 ‘안전 불감증’ 때문에 발생한다. 만약 동네에서 범죄로 인해 사망자가 여러 명 발생한다면 주민들은 외출을 삼갈 것이다.

 또 경찰과 언론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범인 검거와 재발 방지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하지만 교통사고는 그렇지 않다. 교통사고로 몇 명이 사망하든 운이 없어 사고가 난 정도로 치부하는 것 같다. 교통사고는 언제든 자신에게 닥칠 수 있는 일이지만 그 경각심을 갖고 있지 않는 사람들이 대다수인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올해도 경기북부지역에서는 100여 명의 소중한 생명이 교통사고로 사라졌다. 이틀에 한 명은 사망자가 있었다는 통계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서 누군가는 불의의 교통사고로 생명을 잃고 있다는 것, 이것이야 말로 삶을 파괴하는 드라마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막바지 휴가도 끝나 가고, 선선한 날씨에 외출이 증가하는 가을이 다가오면서 차량 운행이 많아질 것이다. 가족과 함께 하는 일상이 혹시라도 교통사고로 인해 무너지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우리 공단을 비롯한 유관기관이 아무리 교통사고 예방 노력을 해도 운전자 본인 스스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생명을 담보하지 못한다.

 나를 넘어 가족, 이웃을 생각하고 사고 없는 교통문화를 정착시키려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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