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들의 빚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었다.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에 따르면 6월말 기준 도소매·숙박·음식점 업종 대출금 잔액이 213조5천875억 원으로 작년 대비 11.9% 증가했다. 집계를 시작한 2008년 이래 가장 높은 증가세다. 대출 내용과 질도 나빠졌다. 매장 확장이나 신규 점포 등 시설자금 대출 증가율은 2010년 이후 가장 낮아진 반면 인건비와 임차료 같은 운영자금 대출은 큰 폭으로 늘었다. 대출기관도 은행권 대출 증가율은 4분기 연속 7%대를 유지한 반면 고금리의 제2금융권 대출은 1분기 26.1%, 2분기 28.6% 등 매분기 연속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자영업 부실화가 어제오늘 얘기는 아니다. 어쩔 수 없이 뛰어드는 5060세대의 생계형 자영업 비중이 58.4%에 달하고, 전체 근로자의 25.3%(2018년말 기준)가 자영업자일 정도로 과밀화된 상황은 구조적 측면에서 신중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임을 보여준다.

 그런데 정부는 여기에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폭탄까지 터뜨렸다. 그나마 다행히도 저소득 근로자들은 현금성 복지 지출과 저임금-단기 알바직에 의존하며 버텨내고 있지만, 수혜 대상에서 제외된 자영업자들은 빚으로 버티는 것 외에 뾰족한 수가 없다.

 자영업자 대출 증가율 평균치(전년 대비)가 2016년 7.6%, 2017년 7.2%에서 최저임금이 급증한 2018년에 9.5%, 올해 11%대로 급속히 증가한 건 이러한 상황을 방증한다. 한국은행 추산에 따르면 올해 1분기말 자영업자 대출 총잔액은 636조4천억 원 정도다. 이 중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보유한 저신용자(신용등급 7~10등급)의 경우, 지난 1년간 연체를 경험한 비율이 모든 등급에서 일제히 상승했다고 한다. 자영업 대출 부실화를 알리는 경고음이 아닐까 싶다.

 결국 ‘연착륙과 구조조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투트랙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는 질 좋은 일자리 창출이나 귀농귀촌 정책 같은 구조적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급격한 대출 부실화가 일어나지 않도록 정책 부작용을 해결해야 한다.

 업종별·규모별 최저임금 차등화, 소주성의 사각지대 해소 등 674만 자영업자들의 요구에 귀 기울이며 하나둘씩 풀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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