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원
 97분 / 다큐멘터리 / 전체관람가

13-1.jpg
영화 ‘동물, 원’은 동물원의 멸종위기에 놓인 야생동물과 그들을 돌보는 사람들의 잔잔한 일상을 담아낸 감성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울타리 뒤 보이지 않는 ‘반야생’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야생동물들의 세상을 전한다. 배경이 되는 청주동물원 구석구석을 훑으며 수의사, 사육사 등 사람들과 호랑이, 삵, 독수리 등 동물들의 일상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관객들 각자의 마음속에 자리잡은 동물원에 대한 기억들과 스크린에 펼쳐지는 동물원의 풍경이 겹쳐지며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동물, 원’에 담긴 동물원은 슬프고 안타까운 풍경이나 진귀한 볼거리가 즐비한 공간 또는 친화적인 야생동물들의 삶을 볼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 아니다. 청소, 번식, 사육, 진료, 수술, 방사까지 인간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기 위한 반복된 일상이 이어지는 공간으로 소개된다. 쉽게 곁을 내주지 않으면서도 사람들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야생동물들과 그들을 돌보는 사람들과의 복잡미묘한 관계를 바라볼 때 예상치 못했던 깊은 울림이 다가온다.

 물고기 먹는 법부터 하나하나 배워 가는 아기 물범 초롱이, 청주동물원에서 태어나고 자란 표범 직지, 생의 마지막 길목에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이는 호랑이 박람이, 야생의 세계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독수리 하나, 사람에게 길러져서 사람만 찾는 앵무새 체리 등 저마다 사연을 지닌 동물들은 영화에 생기를 더한다.

 이 영화는 ‘야생’과 ‘사육’ 사이에서 갈등할 수밖에 없는 동물원의 딜레마를 차분하게 담아냈다. 동물원이 야생동물 보전에 적잖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짚어내면서도, 너른 야생에서 뛰놀며 살아야 할 동물들이 우리에 갇혀 자유를 박탈당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하지 않는다. 나아가 동물원을 미화하지 않고, 그렇다고 마냥 열악한 환경임을 강조하지 않는 균형점을 통해 보편적 공감대를 찾는다. 특히 구조센터에서 안락사 당할 위기에 처한 독수리를 데려와 거두거나 활동 반경이 큰 표범을 위해 구름다리를 놔주는 식의 노력은 자연스럽게 ‘공생’에 대한 실마리를 찾게 한다.

 영화의 풍경들을 쫓다 보면 동물원에서 태어나고 자란 동물들이 야생의 한복판에 나가 굶어 죽지는 않을지, 무리 속에서 왕따가 되지는 않을지 현실적인 고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진다. 사람에 의해 산림이나 자연환경이 소멸되고 황폐화되고 있는 지금, 이 땅에서 그들이 살 수 있는 곳은 과연 있을지 고민하다 보면 자연스레 동물원의 미래를 상상하게 된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