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 비치
제니퍼 이건 / 문학동네 / 1만6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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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상 수상 작가 제니퍼 이건의 다섯 번째 장편소설 「맨해튼 비치」는 남성 중심 사회에서 꿋꿋하게 자립하는 여성의 성장을 그려 냈다. 이 책은 페미니즘 소설이자 20세기 초 격렬한 구조 변화에 휩쓸린 미국의 단면을 생생히 그려 낸 역사소설인 동시에, 그림자에 가려진 조직범죄의 세계를 그린 누아르이기도 하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브루클린 해군공창에서 다이버가 되기 위해 분투하는 젊은 여성 애너를 중심으로 대공황기에 삶의 기반을 잃어버리고 사라진 그녀의 아버지, 그 실종의 비밀을 알고 있는 갱스터의 뒤엉킨 운명이 펼쳐진다.

 가난한 이민자가 북적이는 공동주택, 상류층이 은거하는 고급 주택지, 아일랜드계와 이탈리아계가 대립하는 항구의 뒷골목, 암막커튼 뒤 술과 웃음이 흐르는 나이트클럽에서 세 사람은 지금과는 다른 세상, 다른 운명을 갈망한다. 이야기는 불법과 폭력, 배신과 음모가 판치는 그림자 세계에서 부패와 비리의 고리를 끊으려는 에디, 조직을 위해 손에 피를 묻히면서도 양지의 합법적인 삶을 추구하는 덱스터, 두 사람의 비밀을 밝혀 내고 편견의 굴레를 벗어버리기 위해 기꺼이 바다 밑바닥으로 내려가는 애너의 시점이 오가며 전개된다.

 제각기 다른 미래를 꿈꾸며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세 사람의 중심에는 바다가 있다. 해운과 항만의 본거지이자 이민자를 받아들이는 현관이었던 바다는 당시 뉴욕을 가장 잘 보여 주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바다 곁에서 나고 자란 세 사람은 바로 그 바다에서 존재 근거와 돌파구를 찾는다. 때로는 더없이 아름답게 반짝이고, 때로는 미친듯이 날뛰는 무한대의 그 공간은 작가 특유의 섬세한 표현을 통해 또 하나의 주인공이라 할 만큼 강렬한 존재감을 발한다.

 무엇보다 작품을 이끌어 가는 가장 큰 추동력은 강인하고 영민한 여성 애너다. 전쟁 같은 삶을 투지와 끈기로 헤쳐 나가는 이 캐릭터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셰르부르의 항구에서 러시아군 여성 다이버를 봤다는 어느 군인의 증언에서 탄생했다. 당시 다이빙 슈트를 직접 착용해 본 작가의 경험과 미 육군 최초 여성 심해 다이버와의 인터뷰, 당시 브루클린 해군공창 노동자의 일기와 서간 검토를 통해 생생하게 복원된 공기는 애너가 감당해야 했던 물리적·상징적 무게를 고스란히 전한다. 여느 남자에게도 버거운 다이빙 테스트를 보란듯이 통과했음에도 현실의 벽은 공고했지만 전통적인 성역할을 거부하고 타고난 승부욕과 집념으로 편견을 깨 나가는 그녀의 모습은 깊은 감동을 안긴다.

 뉴욕 공립도서관의 지원을 받아 조사를 시작했고 이를 바탕으로 완성된 「맨해튼 비치」는 출간과 동시에 아마존 이달의 책,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전미도서상 픽션 부문 후보에 올랐을 뿐 아니라 앤드루 카네기 메달을 수상했다.

약산로드 7000km
김종훈 / 필로소픽 / 1만6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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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 김구보다 현상금이 컸던 유일한 독립운동가가 있다. 일제가 두려워했던 의열단 의백 김원봉이다. 의열단 100주년을 맞이해 소설과 드라마로 재조명됐지만 그의 이름만 유명해졌을 뿐, 그가 누구인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물다.

이 책은 서울을 시작으로 밀양·지린()·베이징(北京)·상하이(上海)·난징(南京)·우한(武漢)·광저우(廣州)·치장·충칭(重慶)·평양까지 약산과 의열단의 발자취를 직접 발로 걸으며 생생한 현장으로 안내하는 국내 최초 김원봉 역사기행 가이드다.

김원봉과 윤세주 등이 나고 자란 밀양에서부터 의열단이 탄생한 ‘지린 광화로 57호’, 단재 신채호를 만나 의열단의 정신을 완성한 ‘베이징 초두호동’, 조선의용대를 창립한 우한 등 한국과 중국 곳곳에 남아 있는 약산의 흔적을 따라가면 우리가 몰랐던 또 한 명의 ‘코리안 어벤져스’를 마주하는 가슴 뜨거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판에 박힌 역사책이 아닌 청년 기자의 예리한 시선으로 김원봉의 생애를 재조명한다. 날카로운 분석과 현장감 있는 문장은 한 편의 르포문학을 읽는 듯 생생함을 더해 준다.

나는 회사 그만두고 내 가게로 출근한다
김형민·천영식 / 책들의정원 / 1만5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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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700만 시대, 수많은 이들이 퇴사를 하고 창업의 길을 나선다. 그들 중에는 퇴사 전부터 오랫동안 창업을 준비해 온 이들도 있고,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회사생활 속에서 불편함을 느끼다 충동적으로 창업을 결심하는 사람도 있다.

대한민국 최고의 현장형 상권 분석가로 유명한 김형민과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성공 패턴을 찾아내는 데 탁월한 실력을 지닌 천영식이 현장에서 겪은 갖가지 경험들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이 책의 1장과 2장에서는 예비 창업가들이 ‘사기꾼’에 가까운 컨설턴트에게 속지 않고 똑똑하게 창업하기 위한 방법과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선택 기준을 정하는 법, 업계에서 횡행하는 주먹구구식이 아니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상권 및 입지 분석 방법, 성공적인 창업을 위한 노하우, 사업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마인드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3장과 4장에서는 트렌드의 변화와 빠르게 변해 가는 외식업계의 상황 등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창업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대책을 제안한다. 또한 실질적인 운영에 있어서 많은 창업자들이 놓치기 쉬운 부분들로 인한 실수를 여러 사례를 통해 알아보고 그 대안을 알려 준다.

부록의 ‘예비 창업자 자가진단 체크리스트’와 ‘인허가 신고 체크리스트’를 통해 창업 과정에서 초보 창업자들이 간과하기 쉬운 요소들을 스스로 재점검할 수 있게 했다. 오랫동안 축적해 온 경험과 정량화된 지표를 기반으로 한 ‘상권 및 입지 분석’, ‘출점 승인 및 매출 분석’, ‘신규 매장 시나리오’는 모든 것이 막막한 초보 창업자들에게 매우 현실적인 조언이 될 것이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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