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우 인천시 역사자료관 전문위원.jpg
▲ 강덕우 인천개항장연구소 대표
인천 개항을 전후해서 서울을 오고 갈 때 한강을 이용하는 여객을 제외하고는 어쩔 수 없이 보행이나 말 그리고 가마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인력거는 사람의 힘으로 가는 수레로, 사람의 힘으로 끈다 하여 완거(腕車) 또는 만거(挽車)라고 불렸다. 발음에 있어서는 인력‘거’라 하였는데 자전거 등과 같이 크기가 작은 것은 ‘거’로, 자동차와 기차 등 몸집이 큰 것은 ‘차’로 읽었다. 일설에는 사람의 힘으로 움직이는 것에는 ‘거’, 다른 힘으로 움직이는 것에는 ‘차’로 읽는다고도 하니 문명의 진화에 따라 이름조차도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인력거를 최초로 고안한 사람은 미국인으로, 병약한 아내의 교통수단으로 마차가 가기 힘든 좁은 골목이나 시장통에서 운용할 수 있도록 고안했다고 한다. 1869년 일본인 다카야마 코스케가 서양의 마차를 보고 인력거를 만들었는데, 본국 정부 허가를 받고 요코하마에서 최초로 상업화된 인력거를 운행했다. 인력거를 우리나라에 들여온 이는 박영효로 그는 1883년 1월 한성부판윤이 되자 관리들의 출퇴근에 교자(轎子) 대신 인력거를 이용하라고 권장했다. 그러나 갑신정변(1884년)으로 박영효가 일본으로 망명한 뒤 인력거 이용은 중지됐고, 그 뒤 일본 공사관이 인력거를 관용으로 사용했다 한다.

 조선 정부는 1894년 청일전쟁 전 승객용 객마차(客馬車) 40량, 짐마차 60량을 구입해 경성, 의주, 경인간 화객운수를 담당했다. 마차는 보통 목재로 만든 대형 2륜차로 객마차는 3마리의 말이, 짐마차는 8~9마리의 말이 끌도록 했다. 탑승인원은 4명 정도로 서울에서 인천까지는 대략 6시간이 소요됐다. 인력거가 다시 등장한 것은 청일전쟁 중인 1894년이었다. 하나야마(花山)라는 일본인이 인력거 10대를 들여와 일본인들을 상대로 서울 시내 및 서울과 인천 간 영업을 개시했다. 인력거는 도입 당시에는 관용 교통수단으로 활용됐으나, 이후 서울 시내와 서울-인천 간을 운행하는 등 상업적 이용으로 확대됐다. 처음에는 철 테 바퀴를 그대로 사용했으나 뒤에 통고무 바퀴가 등장했고, 압축공기를 이용한 타이어가 나온 것은 1910년대에 들어서였다.

1900년대에 들어서면서 서울·부산·평양 같은 대도시에서는 인력거 물결이 일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초기 인력거꾼은 일본인이었으나 뒤에 우리나라 사람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인력거는 고급 운송 수단이어서 비용이 비싸다 보니 중산층 이상이나 외국인, 기생 정도만 이용할 수 있었다. 당시 상황은 ‘양복을 입고 시계를 차고 궐련을 피우며 개화장(지팡이)을 짚고 인력거를 타는 형상’으로 인력거는 최신 교통수단이면서 부와 권력의 척도였다. 특히 기생들의 요긴한 교통수단으로 애용됐다.

 1915년 4월 경찰당국은 모든 인력거꾼들로 하여금 일본 인력거꾼의 의복으로 입게 했다. 인력거꾼들은 ‘핫비’라 불리던 검은색 옷을 입었는데, 그 앞섶에 소속 회사의 이름을 새겼고, 바지는 홀쭉한 홀태바지를 입고 ‘지까다비’라는 작업화를 신었다. 그러나 여름철에는 땀이 비 오듯이 쏟아져 복장단정을 운위할 형편이 못 됐고, 심지어 더위와 땀 때문에 맨발로 달리는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 교통수단으로서 인력거는 자전거, 전차, 기차, 자동차 등의 출현으로 점차 사양길에 들어섰다. ‘천한 직업’의 대표격이었던 인력거꾼의 생활은 더욱 열악해질 수밖에 없었다.

 복고적 문화상품이 열풍으로 번지는 시대가 됐다. 개발도상국 등에선 아직도 대중교통 형식으로 사람이 끄는 인력거가 존재한다. 반면 인력거는 이미 우리에게도 일본의 교토나 도쿄의 관광지에서처럼 신종 호객 매체로 재탄생했고 전동기를 부착한 인력거를 이용해서 도심 여행의 명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하지만 관공서의 정문에 일본식 의상으로 무릎을 꿇고 손님을 기다리는 인력거꾼의 모습은 ‘장소’의 선정에서 합당치가 않다. 130여 년 전 인천 중구에 조성됐던 ‘국제도시’로서의 풍경과 시대적 상징물은 다양하다. 역사적 경험을 구현할 수 있는 지혜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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