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uble? No. We are Travel Maker!"

 그동안 운영돼 온 교내 학생동아리는 취미와 관심사가 같은 학생들이 모여 활동하며 학업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하나의 도구로 활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마저도 동아리 활동 시간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오로지 대학입시만을 위한 주입식 교육으로 진행돼 온 교육환경 탓이다.

▲ 한국관광고등학교의 학생자율동아리 ‘트레블메이커’에서 활동 중인 학생들.
 비정상적인 공교육 체계 속에서 학생들은 각자의 적성과 특기, 꿈을 미처 생각해 보지도 못한 채 치열한 입시경쟁을 치러 왔고, 이 같은 환경 속에서 동아리 활동은 단순히 시간표상 기재된 입시의 걸림돌로 치부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본보가 경기도교육청과 함께 소개하고 있는 학생자율동아리들에서도 볼 수 있듯, 최근 동아리 활동은 학교 주도로 이뤄졌던 과거와 달리 학생들이 직접 계획·운영하는 활동으로 바뀌면서 보다 다양한 주제의 동아리들이 운영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학교생활에서의 동아리 활동은 단순히 재미를 찾는 활동을 넘어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교육활동에서의 다양한 시도와 실행을 통해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는 과정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 가운데 공통의 취미는 물론 같은 진로를 희망하며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댄 동아리가 눈에 띈다. 2012년 유네스코(UNESCO, 국제연합 교육과학문화기구) 학교로 지정된 국내 최초 관광특성화학교인 한국관광고등학교에서 운영 중인 ‘트레블메이커(Travel Maker)’가 바로 주인공이다.

 교내 총 38개 학생동아리 가운데 유일한 여행동아리인 트레블메이커는 한국관광고만의 특색을 살린 여행 분야 진로 탐색과 여행사 취업 준비를 위한 학생자율동아리로 운영되며 참여 학생들의 높은 만족감을 이끌어 내고 있다.

# 재미있는 일을 직업으로 꿈꾸는 아이들

 "희망하는 진로가 명확해서인지 공부와 동아리 활동 모두 즐길 수 있어요."

 단정한 승무원복을 연상시키는 교복을 입은 채 환한 미소로 반겨 준 트레블메이커 학생들을 만난 곳은 ‘기내실습실’이었다. 국내 최초의 관광특성화고등학교답게 교내에 설치된 기내실습실은 실제 비행기 안의 모습을 현실감 있게 구현해 놨다.

▲ ‘교내 관광마스터즈 대회’에 참여 중인 학생들.
 학생들은 저마다 한국관광고를 선택한 이유와 트레블메이커에서 활동하게 된 계기에 대해 ‘재미’를 꼽았다.

 지난해 동아리 회장을 맡았던 신윤아(관광중국어통역과 3년)양은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여행과 사진을 찍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며 "직접 여행 일정을 계획하고, 실제 직접 계획한대로 여행을 하다 보니 무엇인가 달성하는 느낌이 들면서 여행사 취업에 꿈이 생겼고, 가족들의 열성적인 지원을 받아 입학했다"고 말했다.

 이어 "트레블메이커는 입학 전부터 SNS를 통해 알고 있던 동아리로, 여행 정보를 비롯해 여행사 취업을 위한 서로의 정보도 공유할 수 있는 동아리라는 점에 매력을 느껴 입학하자마자 가입했다"며 "특히 교내 유일의 여행동아리로, 함께 여행 일정을 계획한 뒤 동아리원끼리 직접 여행하며 부족한 부분을 바로잡는 등의 활동이 재미있다"고 강조했다.

 김주원(관광영어통역과 2년)양도 "1년에 최소 한 번 이상은 해외로 가족여행을 다닐 정도로 워낙 가족들이 여행을 좋아해 자연스럽게 여행을 좋아하게 됐는데, 가족들을 위한 일정을 계획하는 일이 재미있었다"며 "영어도 좋아해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중 두 가지를 접목시킬 수 있는 한국관광고를 알게 돼 지원했고, 트레블메이커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양은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SNS와 PPT 등을 자주 다루다 보니 컴퓨터 활용 능력도 기를 수 있고, SNS를 통해 다양한 여행 정보 등을 홍보하면서 자연스럽게 마케팅 전략도 익힐 수 있어 진로를 준비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며 "무엇보다 다른 동아리원들과 의견을 나누며 몰랐던 부분을 배울 수 있어 만족스럽게 활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행 분야로의 취업이 아닌 여행작가를 꿈꾸고 있는 이동훈(관광영어통역과 2년)군은 "평소 여행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여행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 한국관광고에 입학했는데 막상 학교를 다니다 보니 여행도 물론 좋지만 글 쓰는 일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며 "학교와 동아리를 통해 얻은 경험을 토대로 많은 여행을 경험한 뒤 좋은 책을 펴내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올해 처음 동아리 활동에 참여한 김채연(관광영어통역과 1년)양은 "관광통역을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학교인데다, 관련 분야에 대해 선배들에게서 보다 자세한 내용을 듣고 함께 준비할 수 있는 동아리 활동까지 하다 보니 진로 준비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트레블메이커에서 활동하고 있는 학생들은 동아리 활동을 통해 이전보다 더욱 목적의식이 명확해지면서 자신의 꿈을 향해 한 발짝 나아가고 있었다.

# 전문성 확보를 위한 다양한 활동

 2014년 여행 분야 진로 탐색을 희망하는 학생들에 의해 개설된 트레블메이커는 ‘NCS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한 여행사 취업 역량 강화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 한국관광고등학교의 학생자율동아리 ‘트레블메이커’ 학생들이 관광상품 개발을 위해 직접 현장을 답사하고 있다.
 국가직무능력표준을 뜻하는 NCS(National Competency Standards)는 산업 현장에서 관련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지식과 기술 및 태도 등의 내용을 국가가 산업부문별·수준별로 체계화·표준화한 것이다.

 트레블메이커는 NCS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단순히 취업을 위한 지식을 배우는 과정에서 벗어나 스스로 여행을 기획하고 진행해 보는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여행상품 기획과 여행사 시스템 실습 등을 통한 직무능력 향상 및 상품 일정 구성을 비롯, 원가 계산 등 여행 코디네이터가 가져야 할 직무능력과 자질을 키우는 여행사 취업 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들은 항공사 및 여행사 취업을 대비한 ‘CRS(Computerized Reservation System, 항공사 지상직·항공사 예약 및 발권 시스템)’ 자격증의 한 종류인 ‘토파스(Topas)’ 자격증 취득을 위해 항공 예약·발권 프로그램인 ‘토파스 셀커넥(Topas Sell Connect)’을 활용한 공부를 통해 여행사 직무능력 함양교육을 스스로 진행 중이다.

 또 직접 주제를 정한 여행지를 답사하는 등의 방식으로 많은 정보를 수집한 뒤 SNS를 활용해 홍보하는 등의 관광콘텐츠 개발 활동과 학생 진로 연계 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학습을 극대화하는 등 실력을 쌓고 있다.

 이와 함께 교내 ‘비전축제’에서 여행사 직업체험부스를 운영하며 여행사 직무에 대한 소개와 간접체험을 다른 학생들에게 제공해 진로 탐색의 장을 마련한다.

 지난해에는 평택시와 함께 하는 특색사업인 ‘평택 강길 따라 나루터 이야기’에 평택의 역사를 기반으로 한 스토리텔링 콘텐츠 기본자료를 제공하는 활동에 참여했다.

 이 같은 노력의 성과로 트레블메이커 학생들은 국내 여행상품을 기획하고 가이드 실무능력을 겨루는 교내 ‘관광마스터즈 대회’에서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수상의 영광을 차지하기도 했다.

 국내 여행사 중 하나인 하나투어에서 주관하는 여행상품 기획 및 관광콘텐츠 개발 공모사업 ‘하나투어 투어챌린저 하이스쿨’에서도 전국 관광특성화고 가운데 유일하게 4년 연속 합격하는 등 학생들의 열정과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

 김소민(관광일본어통역과 3년)양은 "여러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겪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동아리원 및 선생님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문제 해결 능력과 협동심 등을 기를 수 있다"며 "졸업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마지막까지 그동안 체득한 경험을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남희 한국관광고 교장은 "학생자율동아리 활동을 통해 교사와 학생 간 긴밀한 상호작용으로 유대감이 형성된다"며 "다양한 학습과 진로 연계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학습 역량이 향상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승표 기자 sp4356@kihoilbo.co.kr

사진=<한국관광고등학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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