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링링이 초속 40∼55m의 강풍으로 6~7일 한반도를 휩쓸고 지나갔다. 안타깝게도 3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인천에선 담벼락이 무너지며, 파주에선 지붕 파편에, 충남 보령에선 강풍에 날아가며 각각 1명씩 사망했다. 하늘길과 바닷길도 끊겼다. 항공기 수백 편이 결항·지연됐고, 모든 항로의 배편이 운항 통제됐다. 특히 비구름보다는 강한 바람이 몰려오며 비닐하우스를 뒤집어 놓고, 농작물을 쑥대밭으로 만들며 농경지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가뜩이나 짧은 추석 연휴 앞에서 농가들은 ‘출하량 감소와 품질 하락’이라는 이중고까지 겪게 됐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란 말이 참으로 무색한 그런 추석 명절이 아닌가 싶다.

 경기도와 인천시는 5일부터 비상체제에 돌입하며 선제적 대응에 주력했다. 산하 교육청·경찰청·소방본부·해양경찰청·항만공사 등 관련 기관도 비상근무를 하며 피해 예방에 나섰다. 현장에서 묵묵히 땀방울을 흘린 모든 관계자들의 노고를 치하한다. 이제는 피해 복구와 상황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 중앙재난대책안전본부 따르면 현재(8일 11:00)까지 전국적으로 16만1천646 가구가 정전 피해를 입고, 7천여㏊의 농작물과 3천642건의 시설이 훼손된 것으로 나타났다. 관심과 시선을 복구 현장에 고정하고, 수시로 추진 상황을 점검해야 한다. 특히 ‘피해자 및 대피소에 대한 응급지원, 복구를 위한 장비 및 인력 제공’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2차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가을 태풍에 대한 경계심도 높일 필요가 있다. 행안부에 따르면 1959년부터 2017년까지 가장 큰 재산피해를 유발한 11개 태풍 중 7개가 가을에 발생했다. 북태평양 지역의 해수면 온도가 높게 형성되고 대류가 활발해 태풍이 발달하기 좋은 조건이라는 것이 기상청의 설명이다. 이 시기에 형성된 태풍은 북태평양 고기압과 북쪽 한기 사이 기압골을 따라 우리나라로 향하며 많은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를 입힌다고 한다. 온난화로 태풍의 위력이 갈수록 커지는 점까지 고려하면 이제 ‘강력한 가을 태풍’은 우리가 직면해야 할 상수로 봐야 할 듯싶다. 정부와 지자체의 재난시스템도 여기에 맞춰 대응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을 보다 안전하게 지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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