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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속임수에 당한 사람이 바보 아닌가?’, ‘설마 내가 당하겠어?’

 주변에서 보이스피싱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 열에 아홉은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절대 안 당하겠지…’라는 생각.

 이처럼 ‘나만은 예외’라고 너무 쉽게 생각하지만 큰 피해로 이어지는 것이 바로 보이스피싱 범죄다.

 경찰청에서 대국민 보이스피싱 인식도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0%가 보이스피싱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그 중 65.5%는 스스로의 노력으로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보이스피싱 피해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럼 국민들이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나는 예외’라는 마음의 틈이 만들어낸 ‘순간의 방심’ 때문이지 아닐까 싶다.

 이 ‘순간의 방심’은 매일 접하는 방송매체 혹은 매일 사용하는 휴대전화 등을 통해 만들어진다.

 "고객님, 당황하셨어요?"라며 어설픈 한국말로 큰 웃음을 줬던 개그 프로그램이 있었다. 이 프로그램을 보며 웃었던 시청자들의 머릿속에는 ‘보이스피싱 범죄자가 이렇게 어설픈데 누가 당하겠어?’라는 생각이 시나브로 자리 잡았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전문어휘와 유창한 한국어로 무장한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이 피해자를 현혹시킨다.

 또한 "고객님 명의의 통장으로 10만 원이 출금됐습니다." "고객님 앞으로 택배가 왔습니다" 등의 궁금증을 유발하는 메시지가 출처를 알 수 없는 URL(특정 인터넷 주소)과 함께 오면, ‘누군가 보냈겠지’라며 별다른 의심 없이 버튼을 누른다. 이 작은 손짓은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다. 보이스피싱 조직이 악성코드를 심어둔 이 URL을 누르는 순간, 휴대전화에 저장된 모든 정보가 한순간 보이스피싱 조직에 넘어가 대포통장 혹은 대포폰을 만드는데 사용되고, 피해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범죄자가 된다.

 더 우려스러운 사실은, 정보 습득과 전자 기술에 취약한 60대 이상 어르신들뿐만 아니라 젊은 20·30대에서도 이 같은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올 1월부터 8월까지 경기남부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60대 이상(811건)보다 20·30대(1천172건)의 피해가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비에서도 60대 이상 남성(435건)보다 20·30대 남성(684건)이, 60대 이상 여성(376건)보다 20·30대 여성(488건)이 더 많은 피해를 당했다. 이 같은 사실은 결국 부지(不知)가 아닌 방심(放心)이 그 이유라고 해석될 수 있다.

 보이스피싱 예방의 첫걸음은 나도 예외가 아니라는 의식에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의심되는 전화가 오면 바로 끊고, 수사기관 혹은 금융기관을 사칭할 경우 다시 한 번 확인해 실존 여부를 재차 확인하고, 그래도 의심스러우면 바로 신고해 보이스피싱으로부터 안전한 대한민국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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