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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석승 21C안보전략연구원 원장
김정은 집권 8년차에 접어들고 있는 북한의 정치체제가 ‘정상(正常)국가’로의 복귀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김일성이 지난 1948년 9월 9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출범시킨 이후 그의 아들인 김정일에 의해 선군(先軍)정치를 표방하면서 2천400만 인민의 고혈(膏血)을 짜내면서 핵무기, 중장거리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에 과도한 집착을 보여왔던 북한체제가 김정은 시대에 접어들면서는, 시대적 추세와 조류에 부응하는 듯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집권 이후 한동안 ‘안방 군수(郡守)’처럼 폐쇄적이고 은둔적인 행태를 보여오던 김정은이 지난해부터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국, 중국, 러시아 정상들과 잇따른 접촉과 회담을 시도하면서 국내적으로도 헌법 개정을 비롯해 최고인민회의 개최 등을 통해 이전과 크게 달라진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거듭된 핵실험과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으로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압박을 자초(自招)하면서도 최근에 들어서는 눈에 띄게 애민(愛民)정치를 표방하면서 당·정·군의 조직과 인사개편을 단행하는 가운데 우리의 국회(國會) 격인 입법기관 ‘최고인민회의’의 정상적 운영에도 힘을 쏟고 있으니, 이런 변화의 이면(裏面)에는 어떤 저의가 숨어있는 것일까?

 아마도 그 저변에는 ‘핵무기 보유국’으로서 국제적 위상을 과시하는 가운데 만성적인 식량난과 에너지난, 여기에 더하여 외화(外貨)난까지 복합적으로 가중되고 있는 척박한 현실을 호도(糊塗)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민에 의한, 인민을 위한, 인민에 의한 정치’를 표방하려는 고도의 정치적 술수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9일 열렸던 최고인민회의 제14기 2차회의도 이렇듯 인민들을 안심시키면서 최고통치자인 ‘김정은’에로의 권력 집중을 도모하기 위한 수단으로 헌법개정을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국회와는 달리 순수한 입법권능을 행하기보다는 주로 조선로동당의 결정(決定)을 추인(追認)하는 거수(擧手)기 역할만을 해왔던 최고인민회의가 1년에 2번 열린 것도 눈여겨볼 만하지만,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시점이 종전의 9월에서 8월로 앞당겨졌다는 점과 헌법개정을 통해 김정은이 갖고 있는 많은 직책(職責) 중에서 유독 ‘국무위원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우선 이 회의를 8월에 조기 개최한 데는 정권창건절(9.9)과 당창건절(10.10) 준비도 있겠지만, 중국정부 수립일(10.1)과 북·중수교 70주년(10.6)을 앞두고 김정은의 방중(訪中)이라는 정치 이슈가 조만간 실현될 개연성이 크기 때문인 것으로 추론해 볼 수 있다.

 또한 이번 회의에서 헌법개정을 통해 ‘국무위원장’의 권한집중에 방점(傍點)을 찍은 것은 최고영도자이자 수령(首領)인 ‘김정은’을 중심으로 대내외적 존엄과 국력강화를 과시하겠다는 정책 의지를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즉 국무위원장은 "전체 조선인민의 총의에 따라 최고인민회의에서 선거하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으로는 선거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신설했으며,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보유했던 법령공포권과 외교대표의 임명·소환권 부여를 이관받았다.

 이와 함께 국무위원회에 ‘국무위원장 명령, 국무위원회 정령, 결정, 지시집행 정형을 감독하고 대책을 세운다’는 헌법 109조 2항의 집행 등 중요 정령·결정 공포권을 부여한 것은 종전의 군(軍) 중심에서 국무위원회 중심의 정책을 펴나가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는 부분적인 헌법 개정을 통해 일련의 정상국가화 조치의 연장선인 동시에 해외대사들의 위상과 책임을 강화해 외교 고립을 탈피하려는 노력을 하고, 김정은 시대의 국가권력체계를 완비(完備)하려는 움직임을 나타낸 것으로 총평(總評)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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