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한미군 이전으로 대추리를 떠나온 이주민들이 살고 있는 평택시 팽성읍 노와2리 ‘대추리행복마을’ 전경.
▲ 주한미군 이전으로 대추리를 떠나온 이주민들이 살고 있는 평택시 팽성읍 노와2리 ‘대추리행복마을’ 전경.
"떠나온 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고향 생각에 먹먹합니다."

10일 오전 10시께 주한미군기지 확장 이전으로 고향 대추리를 떠나온 이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평택시 팽성읍 남산5리 평화마을. 여느 시골마을처럼 한산한 이 마을에는 대추리에 거주하던 주민 10여 가구가 이주해 살고 있다.

마을 입구에서 만난 한 80대 할머니는 "평소에는 다들 노인정에 모여 밥도 해 먹고 수다도 떨면서 보내지만, 추석이 다가와 각자 집에서 가족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할머니는 30대 대추리로 이사를 와 무려 40년 동안 대추리에서 살아왔다.

할머니는 "이주단지도 깔끔하게 만들어 놔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다"며 "요즘엔 일거리가 없어 주로 함께 이주해 온 이웃들 마실 다니는 게 일상"이라고 전했다.

이곳에서 직선거리로 3㎞가량 떨어진 또 다른 이주단지가 있는 팽성읍 노와2리 ‘대추리행복마을’은 입구부터 ‘대추리’라고 쓰인 커다란 안내판과 장승이 눈에 띄었다. 얼핏 보기에도 이주해 온 고향 대추리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느껴졌다.

골목에 들어서자 2층 규모의 ‘평화예술대추리마을’이라 적힌 명패가 붙은 황새울기념관이 있었다. 이 건물에는 평화·예술과 관련된 사진이 전시돼 있었으며 진로체험관, 평택평화센터, 강당 등이 조성돼 있었다.

집집마다 명판에는 대추리 거주 당시를 잊지 않으려는 듯 이주민의 이름과 함께 ‘대추분교 앞 가게를 운영했다. 무말랭이가 맛있는 집’, ‘이장님이 뚱뚱하다며 돼지라고 놀렸던, ○○이가 살고있는 집’ 등등의 글귀가 보였다

대추리행복마을 노인회관에서 만난 한 노인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가족들이 모여 차례를 지내고 산소에 다녀오며 명절을 보낼 계획"이라며 "자식들과 손주들을 만날 생각에 설렘을 갖고 명절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노인은 "추석을 준비하고 있기는 하지만 마냥 즐겁지 않다. 가족들이 모일 때면 내가 23살에 시집 와 가족들과 함께 50여 년 동안 살았던 대추리가 떠올라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눈물을 훔쳤다.

노와2리에 사는 이주민들은 고향 ‘대추리’라는 명칭을 행정구역으로 사용하기 위해 2012년 6월부터 행정구역 명칭 변경을 평택시와 정부에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 행정구역 명칭 변경은 지자체 조직의 고유 권한에 속하는 사항으로, 기존 노와리에서 살아온 주민들의 반대 의견도 있어 대추리라는 행정구역 명칭을 사용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마지막으로 이 노인은 "이 마을에는 대추리를 마지막까지 지킨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는데, 당시 고향을 떠나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고 버텼던 때가 생각난다"며 "그 시절 함께 했던 마을 주민들이 나이가 들어 하나둘 생을 마감하고 있어 마음이 더욱 아프다"고 말했다.

평택=김진태 기자 kjt@kihoilbo.co.kr

김재구 기자 kj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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