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1601010004695.jpg
▲ 이재혁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도시디자인단장
송도국제도시 국제업무지구는 국내 최초로 경관상세계획을 수립한 지역이다. 3차원적 경관계획을 통해 국제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추고자 많은 전문가의 노력이 있었고 기관장의 의지, 사업자의 결단이 더해져 경관적으로 의미 있는 첫발을 내딛게 됐다. 송도국제업무지구의 초기 프로젝트인 동북아트레이드타워(NEATT)와 센트럴파크, 주변 고급 주상복합 콤플렉스는 이 거대한 도시개발 사업의 플래그십 프로젝트였다. 현재 NEATT 타워는 호텔과 국내 대기업이 입주해 송도국제도시가 자족도시로서 입지를 굳히는데 큰 기여를 했다. 또한 타 지역의 신도시와 달리 많은 드라마와 CF 촬영지로 각광받고 있어 도시 브랜드 강화와 마케팅에도 기여하는 바가 매우 크다.

 ‘키치(kitch)’란 진지함과 거리가 있는 가볍고 저속한 취향으로 비교적 값이 싸서 누구나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무언가이다. 키치는 독일어 원어로 조악한 카피(copy)의 복제작 또는 유사품을 의미하는 미술용어라고 하는데, 도시 건축에서도 유럽식 고전양식 건축물을 흉내낸 모텔이나 저급한 장식물로 유명 건축물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건축물이나 도시에 이러한 표현을 쓴다.

 송도국제도시는 초기 마스터플랜을 수립할 때부터 뉴욕과 보스톤, 시드니의 이미지를 복제하려고 했다. 송도 센트럴파크는 보스톤의 커먼(보스톤 중심 공원)을 모델로 계획됐다. 개발계획 초기에 참여한 존 하인즈는 자기가 살고 있는 보스톤의 커먼을 많은 관계자에게 소개해주며 설득했다고 한다.

 송도국제도시의 가로 체계는 큰 틀에서 뉴욕의 파크애비뉴를 복제하고자 했다. 송도의 인천타워대로는 폭이 가장 넓은 도로로 중앙에 큰 녹지띠가 있다. 뉴욕의 파크애비뉴도 뉴욕의 가장 중심되는 도로로 중심의 녹지띠가 맨해튼을 남북으로 가로질러 간다.

 송도국제도시의 초기 콘셉트는 대중적인 도시 이미지를 부분적으로 콜라주하면서 새로운 변종적 이미지를 창출하는데 있으며, 도시의 기능마다 콜라주된 이미지를 통합해 융합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도시경관을 창출하고자 했다. 도시에서 키치의 논란 중에서 무분별한 카피로 인해 도시 경관을 B급으로 전락시킨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도시를 깊이 연구하면서 공간에 대한 의미를 시각적인 자극에서 찾는 것을 불편해 한다. 유럽의 가로나 도시를 카피한다고 하더라도 디자인적인 해석을 통해 재창조된 이미지로 표현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 대중들의 시각을 중시하는 입장에서는 소비자들이 가로 공간과 이미지를 소비하는데 있어 너무 많은 의미와 해석은 대중과 도시공간 소통을 오히려 저해시킨다는 것이다. 오히려 부분적으로 대중적인 이미지가 소비자를 유인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영종 카페거리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서 추진 중인 특화거리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땅을 매각해 개인 사업자가 1~2층은 상가, 3층은 숙박시설을 계획할 수 있기 때문에 수시로 부동산시장 여건에 따라 건축물이 들어선다. 이런 경우 도시 경관을 미리 구상하고,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경관상세계획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다.

 영종 카페거리는 디자인 특화를 위한 가이드라인이나 형태적 규제가 전혀 없었다. 2017년 12월 해양 경관에 어울리는 지중해 이미지의 건축물 가이드라인을 포함한 영종 카페거리 및 쇼핑거리에 대한 경관설계 지침을 마련했다. 영종 카페거리는 아직까지 개발이 더뎌 소수의 건축물만이 허가를 받았는데 경관위원회에서도 이 같은 가이드라인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다. 유럽형 건축물에 대한 정의가 모호하고, 이러한 모방이 과연 의미 있는 것 인지, 자연발생적 가로 경관이 더 좋다는 의견도 있었다. 반대 의견으로는 이러한 시도는 다양성 측면에서 긍정적이며 비록 모방이지만 대중적 이미지로 지역 활성화에 긍정적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경관의 브랜드화는 테마파크 조성과 다르다. 결국 다양한 토론과 논의를 거쳐 주민이 참여한 스토리텔링이 브랜드화를 완성하게 될 것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