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장관으로 조국 전 민정수석을 임명한 건 납득하기 힘들다. 지난 한 달 동안 그가 보여준 모습은 ‘부끄러움, 염치, 도덕성, 정의로움’의 결여 그 자체였다. 그럼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고…(중략) 따라서 검찰개혁의 마무리를 그에게 맡기고자 한다"며 임명을 강행했다. 법무부장관의 자격 요건이 범죄자만 아니면 된다는 건 국민이 위임한 대통령의 권한을 왜곡하고 훼손하는 위험한 발상이다.

 어떤 개혁이든 목적을 위해 수단을 정당화하면 법의 존립 가치도 흔들리게 된다. 대통령이 맹세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약속까지 헌신짝처럼 저버리는 일이다. 검찰 개혁 본질도 ‘정치적 중립성 보장’과 ‘검찰 권력 축소’라는 두 개의 과제를 동시에 풀어내는 데 있다. 하지만 이를 구현하겠다며 조국 장관이 민정수석 시 패스트트랙에 올려놓은 개혁안은 부실하기 짝이 없는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도입’뿐이다.

 특히 검경 수사권 조정은 경찰의 ‘분권화와 중립성’이 선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행될 경우, 경찰 권력의 인권 침해 가능성은 물론이고 10만 경찰까지 ‘권력의 충견’으로 전락할 수 있는 새로운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공수처 도입도 공수처장 임명 과정에 최대 권력자인 대통령이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아예 유명무실한 법안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처럼 검찰 권력 축소에 치중한 ‘기울어진 개혁’은 새롭고 더 큰 문제들만 양산하게 된다.

 조국 장관이 취임한 9일 법무부 고위 간부들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배제한 특별수사팀을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10일에는 조 장관이 ‘검찰 개혁 추진 지원단’ 구성,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 발족, 직접 수사 축소 등을 지시했다. 11일에는 검찰 권한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형집행정지 문제에 끼어들어 외부 병원에 입원해 수술을 받으라는 결정도 했다.

 검찰을 흔들고 압박해서 ‘조국 일가 수사’에 대한 동력을 약화시키려는 게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들이다. 오이 밭에서는 신을 고쳐 신지 않는 게 상식이고 예의인데 그런 모습이 없다. 당과 청와대도 비슷하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가 훨씬 더 중요하고 근본적인 문제임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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