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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석 코레일 양평관리역장
긴 세월 한결같이 레일 위를 달려왔다. 1899년 9월 18일 이 땅에 처음으로 기적 소리를 울리기 시작했으니, 올해로 120년이 됐다. 돌이켜보니 한 세기하고도 20년이 훌쩍 지나버렸다. 개화기 열강의 침탈 속에서 일본의 기술과 자본력으로 건설된 슬픈 역사의 산물이지만, 경인선 개통은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 운행이라는 기념비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약소국 수탈의 상징이었던 철도는 서구 열강의 손에 의해 경인선 개통을 시작으로 경부선, 경의선 등이 건설됐고, 한국전쟁 중에는 목숨을 건 200여 만 명의 피란민 수송이 우리 철도를 통해 이뤄졌다.

 1960~1970년대 본격적인 경제개발시대에는 산업 및 경제 발전 견인차로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1974년 서울역∼청량리역을 잇는 지하철 1호선 개통으로 본격적인 지하철 시대를 열었다. 1980년대는 산업구조와 인구 배치의 급격한 변화와 대도시 교통난 해소를 위해 서울∼인천∼수원 등 대도시 근교 전철망 건설에 주력했다. 이후 도로에 밀려 철도의 역할이 다소 위축되기는 했지만, 2004년 KTX 개통을 계기로 철도는 옛 명성을 되찾았다. 시속 300㎞의 KTX가 운행되면서 국민 생활과 교통 패턴에 일대 변혁이 일어났다.

 2016년 당시 최고 바둑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와 세계 바둑 최고수 이세돌의 대결에서 대다수 사람들은 ‘인간’의 승리를 예상했지만, 예상을 깨고 ‘기계’의 압승으로 끝났다. 4차 산업혁명 서막을 암시하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4차 산업혁명은 우리 생활 전반은 물론 철도 등 기반 산업에까지 급속한 변화의 물결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철도가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타 산업을 선도하기 위해선 어떤 준비와 노력이 필요할까?

 첫째, 끊임없이 변화하는 경영 환경에 신속히 적응하고 전략적인 변화와 도전을 통해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가야 한다. 급변하는 사회 변화의 흐름 속에서 변화와 혁신은 기업의 숙명이자 존재 이유임을 자각하고 실천해야 한다. 변화와 혁신 없이는 어떤 기업도 생존을 장담할 수 없음을 직시하고, 전쟁터와 같은 경영 현실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둘째, 4차 산업혁명 근간을 이루고 있는 초고속 데이터 통신과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분석, AI 활용 지능형 철도 운영 등 정보통신기술(ICT)를 토대로 철도기술 융합, IT 비즈니스, IT 경영 등 신기술 개발을 기반으로 신성장동력을 끊임없이 창출해 나가야 한다. 철도산업 생태계 변화에 발맞춰 자율주행 및 스마트 철도안전·운영·환경 등 기술과 경영 전반을 지속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셋째, 고객 위주로 교통 편의성을 극대화하고, 고객 중심의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고객과 좀 더 가까이에서 소통하고, 고객에게 초점을 맞춘 서비스 제공도 이어져야 한다. 철도가 미래 고객의 교통 대안이 되고, 우리 경제를 주도적으로 견인하기 위해서는 고객 지향 혁신적 아이디어, 핵심 원천기술력 보유로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가 핵심적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끝으로,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혁신적 철도 인재를 발굴·육성하는 것도 빠져서는 안 될 주요 과제다. 미래의 기업 성장을 짊어질 창의적 사고를 가진 4차 산업 맞춤형 전략적 혁신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 시대를 바라보고 통찰하는 열린 안목과 한계를 뛰어넘는 과감한 도전, 발상의 전환을 통해 미래로 도약하고자 하는 의지가 충만한 창의적 철도 인재야말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주도할 수 있음은 자명하다.

 거스를 수 없는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인류의 삶을 근본부터 바꿀 새로운 혁명으로 불리는 4차 산업혁명은 철도 산업의 위기이자 곧 기회다. 역사적 대전환기인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우리에게 주어진 절호의 기회를 놓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진화’라는 자기혁신을 통해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동식물은 예외 없이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졌음에 주목해야 한다. 120년을 부단하게 달려온 철마가 ‘200년 철도’ ‘300년 철도’의 새로운 지평을 넓히고, 전인미답의 새 역사를 개척하기 위해 또다시 힘찬 기적 소리를 울리며 달려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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