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한화갑 대표를 비롯한 동교동계가 불안한 동거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양측이 이미 결별의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와 주목된다.
 
민주당은 지난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후보단일화에 대한 격론을 벌인 끝에 “후보와 당이 합심해 정권재창출을 위해 총력을 다하자”는 결론을 내렸고, 참석자들도 `조건없는 노 후보 지지'에 이견을 보이지 않아 노-한 갈등설은 일단 수면밑으로 들어갔다.
 한 대표를 비롯한 동교동계 의원 9명도 지난 16일 비공개회동에서 “일단 경선으로 선출된 노 후보를 지지하고 행동을 통일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동교동계가 밝힌 `노 후보 지지'가 행동으로 적극 지원한다는 의미이기 보다는 이달말이나 내달초까지 지지율 추이를 `지켜본다'는 수준이어서 봉합은 매우 불안한 상태인게 사실이다.
 
동교동계의 한 관계자는 “동교동계는 설사 탈당 움직임이 확산된다 해도 가장 늦게 움직일 것이고 민주당을 지킬 것이며 노 후보를 흔든다는 오해를 받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이달말이나 내달초까지는 지켜봐야한다”고 말했다.
 
동교동계의 한 의원은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길 수 없다면 하나라도 챙겨야 한다”며 “10월말이면 정몽준 의원에 대한 일차적인 검증이 끝나게 되고, 11월10일까지 정도면 재점검이 이뤄질 것인데 그때 가서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당장 행동에 나서지는 않겠지만 노 후보의 여론 지지도가 회복될 기미가 없고 분당사태가 현실화될 경우 결단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 대표 만큼은 “민주당의 간판과 법통을 지킬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어 여타 동교동계 의원들이 탈당에 가세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노 후보측은 동교동계가 표면상 노 후보 지지를 표방하고 있지만, 속내로는 노 후보 고사작전을 펴고 있는게 아니냐며 불신의 눈길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신기남 최고위원은 지난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민석 전 의원과 정균환 총무가 가깝다는 얘기가 있다”며 김 전 의원 탈당의 배후로 정 총무를 지목하기도 했다.
 
후보 경선 당시 이인제 후보가 노풍 급부상 현상을 놓고 음모론을 제기한 데 이어 노 후보측에서도 정풍에 대해 음모론적 해석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한나라당을 비롯한 정치권 일각에서 “청와대가 특정후보를 띄우려 하고 있다” “단일 후보 옹립에 청와대가 배후에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과도 맥락이 통한다.
 
이에 대해 박선숙 청와대 대변인은 최근 “국정운영과 마무리에 여념이없는 대통령을 선거에 이용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나라와 국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으며 경제와 국익에도 반하는 것”이라면서 “대통령과 청와대를 선거정국에 끌어들이지 말 것을 요구한다”고 `배후설'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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