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개그맨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여타코미디 프로그램과 차별화하며 큰 인기를 누렸던 KBS 2TV `개그콘서트'가 이제는 식상함을 자아내고 있다.
 
방송 초창기의 포맷과 아이템을 계속 반복하고 있을 뿐 아니라 성과 외모를 소재로 한 말장난이 도가 지나쳐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는 것.
 
실제로 `개콘'은 최근 한국여성단체연합으로부터 제4회 평등·인권방송 걸림돌로 뽑히기도 했다. 시청률에만 집착, 남녀관계를 왜곡해 그리거나 방송에 부적절한 용어의 사용이 많고,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는 등 반인권적인 요소가 많다는 게 선정 이유다.
 
지난 25일 방송된 `개콘'의 한 코너인 `봉숭아학당'. 개그맨 심현섭은 가슴에다 공룡 두 마리를 그리고 나와 “짝짓기하는 공룡”이라고 소개한 뒤 김미화가 심현섭의 유두 부분을 손으로 꾹꾹 누르자 이상한 신음소리를 냈다.
 
항상 “가슴이, 가슴이∼”로 말문을 여는 `하니'역의 김지혜는 자신의 `빈약한' 가슴을 들먹거리며 수개월째 똑같은 개그를 반복 중이다.
 
`연인들' 코너의 개그우먼 최희선은 자신의 다리에 박인 `알통'을 항상 웃음거리로 삼아 시청자들은 “이젠 `알' 소리만 나와도 지겹다”는 반응이다.
 
뿐만 아니다. 남의 입이나 코에 들어간 음식을 상대방의 입에 다시 넣거나 여장남자가 등장해 펼치는 에로틱한 장면은 “차마 눈뜨고는 못 보겠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이 프로그램의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아이템을 개발해 줄 것을 바라는 시청자들의 의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청자 고대영(rock93)씨는 “개그 소재에 성역은 없애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만 청소년들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해 방송시간을 심야로 옮겨달라”고 부탁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김기선미 정책부장은 “참신한 아이디어로 눈길을 끌던 `개그콘서트'가 똑같은 소재를 반복하거나 여성의 몸을 희화화하고, 여장남자를 등장시켜 게이를 웃음거리로 만드는 등 어느 순간부터 짜증나는 프로로 변질됐다”면서 “참신한 아이템과 포맷이 개발되지 않으면 시청자들은 이제 등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시청자들의 의견을 수용, 차츰차츰 개선해 장수하는 프로그램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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