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지폐의 디자인은 거의 비슷하다. 역대 국왕, 대통령, 정치인 등 그 나라마다 헌신해왔던 역사 인물의 초상화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1달러를 비롯해 100달러 등 6가지 지폐가 통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미국 1달러짜리 지폐의 초상화는 워싱턴 초대 대통령의 초상화를 비롯, 5달러짜리는 링컨 16대 대통령, 10달러는 해밀턴 초대 재무장관, 100달러짜리는 정치인 프랭클린의 초상화를 사용하고 있다. 특히 모든 지폐의 초상화는 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우리나라 지폐의 경우도 앞면은 세종대왕, 율곡 이이, 퇴계 이황 등 역사인물의 초상화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화폐의 초상화를 둘러싸고 벌어진 일화는 많다. 1956년 처음 발행한 500환권 지폐는 이승만 대통령의 초상화를 중앙에 자리잡게 했다. 그러나 지폐는 통상 반으로 접어서 보관하거나 사용하면 대통령의 얼굴이 절반으로 접히게 되고 오래 사용할 경우 훼손이 될 것은 분명하다.

이 같은 걱정과 우려 때문에 지폐의 초상화를 훼손시킬 수 없다는 권위주의적 아첨에 따라 이 은행권은 발행이 중지되고 대통령의 초상화를 오른쪽에 넣은 새 지폐가 1958년에 발행됐다. 그 이후로 우리나라 지폐에 나타나는 초상화는 중앙을 벗어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더욱이 건국 이후 지금까지 이승만, 세종대왕, 충무공, 율곡, 퇴계의 초상이 등장했으며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으나 초상화 모두가 이씨 일색이다. 단순한 지폐만을 보고도 그 나라의 역사와 그 배경, 미래의 발전사항 등을 엿볼 수 있는 가운데 초대 대통령의 초상화를 놓고 얼굴이 접히느니, 훼손되면 어찌하나 등 우려와 걱정 속에서도 어떡하면 집권자에게 잘 보일까하는 아첨은 비효율적인 행동 즉, 국가 발전에 저해요인이 되는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평생동안 몸 담아온 집단에서 개인의 연명을 위해 탈당도 서슴치 않는 일부 정치인들, 지폐 속에 그려진 조상들 보기에 민망하지 않는가. 미국 지폐에 새겨진 단어가 생각난다. “신은 우리를 믿는다.”
(國)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