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번스타인의 청소년 음악회를 TV로 보고 무척 감동을 받았었어요. 나도 나중에 꼭 저런 음악회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정말 이런 무대를 갖게 되다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정통 클래식의 길을 고집스레 추구하면서, 한편으론 클래식 대중화를 위한 다양한 무대를 선보여 호응을 얻어온 인기 피아니스트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이번에는 무대 위에서 '음악 교사'로 변신, 관객들과 만난다.

오는 17일 첫 공연을 시작으로 2006년까지 3년간의 긴 프로젝트로 기획된 예술의전당 청소년 음악회에서 해설과 연주, 지휘를 도맡아 하게 된 것.

예술의전당 청소년 음악회는 벌써 15년째를 맞는 장수 프로그램이지만, 올해는 새로운 관객개발과 '음악의 본질'로의 접근이라는 목적으로 형식과 내용이 이전과는 색다르게 기획됐다. 이를 준비하는 김 교수 역시 남다른 기대감을 내비쳤다.

"청소년 음악회라는 타이틀을 내 건 연주회는 수없이 많지만 대부분 학교 숙제용으로 형식적으로 끝나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10년전 청소년 음악회에 왔던 학생들이 어른이 된 후에도 자연스럽게 음악회를 찾는 관객이 돼야 하는데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해요. 클래식 인구의 수명을 늘리기 위한 전환점이 필요합니다."

김 교수는 이번 음악회를 기존의 청소년 음악회들과는 달리 '반은 음악회, 반은수업'처럼, 그야말로 '음악교실'같은 분위기로 이끌 것이라고 소개했다. 명곡들을 연주하는 동시에 무대 뒤 스크린에 노트북을 연결, 직접 필기도 하면서 음악 이론을 강의하는 방식이다.

올해 공연은 '솔로에서 합주까지 다양한 연주형태들'이라는 큰 주제 아래 독주와 이중주, 삼중주 등에서 오케스트라까지 연주의 규모, 형태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으로 꾸며지게 된다.

청소년 음악회라는 이름이 붙긴 했지만, 학생 뿐 아니라 클래식 음악에 입문하고자 하는 일반 관객들도 유익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

"클래식 음악을 알고, 좋아하게 되기까지는 자기 힘만으론 되지 않습니다. 누군가 그 기회를 제공해 줘야죠. 클래식이 주는 감동의 본질은 변하지 않지만 이 본질에 접근하는 길은 다양하리라 봅니다. 그 길을 인도하는 것이 바로 연주자의 역할이구요. 제가 생각하는 '클래식 대중화'도 바로 이런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클래식 대중화에 대한 언급과 함께 그는 국내 음악계가 보다 활성화됐으면 한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일본과 비교했을때 세계에서 활동중인 솔리스트들은 우리가 훨씬 많지만 국내만을 놓고 보면 문제가 달라지죠. 공연 1년전부터 티켓이 매진되는 일본과 달리 우리는 아직도 초대권 문화가 사라지지 않고 있어요. 국내 음악계 활성화를 위해 연주자, 관객, 공연장 모두 이런 문화를 깨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17일 첫 공연에서는 쇼팽의「녹턴 20번」, 라흐마니노프의「프렐류드」, 엘가의「사랑의 인사」, 사라사테의「치고이네르바이젠」, 모차르트 오페라「마술피리」중 '밤의여왕 아리아' 등을 들려줄 예정이다.

피호영(바이올린), 김은혜(마림바), 오은영(소프라노),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함께 출연한다. 8천-1만2천원. ☎580-1300, 780-6400.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