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학력평가를 놓고 찬성과 반대가 분분한 가운데 지난 15일 전국의 초등학교 3학년생을 대상으로 한 기초학력 진단평가가 실시됐다. 평가시행을 앞두고 일부 교원단체와 학부모단체가 초등생까지 점수경쟁에 몰아넣는 입시중심의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극렬하게 반대투쟁을 벌여 자칫 교단의 파행을 불러올 위기에까지 몰렸으나 교육인적자원부가 평가방식에서 일부 후퇴해 겨우 위기를 넘긴 것이다.
 
당초 교육부는 초등학교 3학년이 언어능력과 수리능력이 형성되는 가장 중요한 시기인 만큼 모든 학생이 일정 수준이상의 기초교육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진단평가는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생부터 고교 1학년생에 걸친 학생 중 초등학교 3학년 수준의 기초학력도 갖추지 못한 학습부진아가 100명당 1명에 달하는 우리의 교육현실에서 기초학력 진단평가는 필요하다고 본다. 문제는 우리가 시험에 대해 평소 갖고 있던 알레르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입시가 수험생의 일생을 좌우하는 시험으로 인식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학생들이 치르는 모든 시험이 이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고방식 때문에 기초학력평가 시험을 앞두고 문제집이 나돌았는가하면 일부 일선 초등학교에서는 이에 대비한 수업을 진행하고 보습학원에 기초학력 평가시험 대비반까지 생겨난 것이 아닌가 싶다. 단순히 기초학력이 부진한 학생의 분포와 학력부진 정도를 파악하기 위한 시험에 이렇게 과민반응을 보일 만큼 우리사회의 교육열은 과열되고 잘못되어 있다. 기초학력 진단이란 문자 그대로 진단이다. 이는 건강진단을 받듯이 있는 그대로를 진단하는 것이다. 진단을 받는데 별도로 대비를 할 필요도 없으며 지나친 대비는 도리어 잘못된 진단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
 
그동안 우리의 교육정책이나 제도는 수없이 바뀌어 왔다. 그러나 어떤 교육정책이나 제도도 우리 사회에 고질적인 학벌주의 가치관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번 교육부의 기초학력 진단평가에 대해 보인 일부 교원단체와 학부모단체의 반응은 이같은 교육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들의 주장대로 인성교육과 창의성 교육도 중요하지만 기초학력에 대한 진단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학생 개개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있어야 학력향상을 위한 처방도 가능할 것이다. 평가에 대해 과민반응을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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