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껏 방영했던 `전원일기'를 재방송하면 앞으로 22년 동안 더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국내 최장수 프로그램인 MBC `전원일기'의 폐지 소식이 전해진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이 드라마의 존폐 여부를 둘러싼 시청자들의 의견은 아직도 분분하다.

“이제는 막을 내릴 때가 됐다”는 찬성론과 “무슨 소리냐, 드라마는 계속돼야 한다”는 서운함이 깃든 반대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
 
그러나 폐지 소식이 알려진 뒤 방영된 `전원일기'의 지난 20일 시청률은 이전과 비슷한 10.7%(TNS 집계)를 기록, 종영 여파가 시청률에는 미치지 못했음을 보여줬다.
 
이런 가운데 일부 시청자들을 드라마를 살리기 위한 갖가지 묘안을 내놓고 있다.
 
시청자 김종호씨는 MBC 인터넷 홈페이지에 `전원일기 다시 태어나기'라는 글에서 제작진에게 `발상의 전환'을 촉구했다. `전원일기'가 굳이 단막극일 필요는 없다는 것.
 
김씨는 “50분 내에 발단-전개-절정-결말이 이뤄지는 단막극이라는 틀에 갇히지 말고, 다른 주말극처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전개시켜 나가는 게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장기간 출연으로 심신이 지친 중견 고정 연기자들은 3~4주에 한번 정도 나오도록 대본을 꾸며 휴식시간을 줄 필요가 있다고도 제안했다.
 
시청자 전태옥씨는 “방영 시간대를 황금 시간대로 옮기고, 3세대인 복길과 영남 등의 결혼 생활 위주로 극을 꾸며달라”고 요청했다.
 
또 다른 시청자는 “함께 사는 할머니가 전원일기를 너무 좋아하신다”면서 “제발 할머니가 살아 있는 동안 만이라도 계속 방영해 줄 것”을 간청했다.
 
이에 대해 김승수 MBC드라마 국장은 “누군가 한번은 했어야 할 악역을 (내가) 짊어지게 됐다”며 착잡해하면서도 “여러 제안들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종영 결정을 재확인했다.
 
MBC는 드라마 종영에 맞춰 지난 22년간 방송분의 하이라이트를 편집해 내보내는 방안 등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 중이다. 그러나 방영 첫회 `박수칠 때 떠나라'의 필름은 보관돼있지 않아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마지막회는 특별한 극적 장치 없이 막을 내릴 전망이다.
 
탤런트 정애란(75)씨는 드라마 폐지 소식이 들리자 자신이 죽는 장면으로 끝내 달라고 제작진에 부탁했으나 “할머니의 건강한 모습에 용기와 위안을 얻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너무 가혹한 처사”라며 이를 말렸다는 후문. 대신 할머니의 100세 생일잔치를 하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권이상 PD는 여운을 남기기 위해 극적요소는 넣지않고 평범한 이야기로 끝내기로 했다.
 
그런데 실제 드라마 속에서 할머니나 김 회장 부부의 나이가 몇 세인지는 작가나 출연진들 조차 사실 잘 모르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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