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통일부 장관 등 남측대표단은 21일 오전 9시25분부터 10시50분까지 평양 만수대 의사당에서 김영남 상임위원장 등 북측 최고인민회의 인사들과 1시간 25분 동안 면담했다.
 
이날 면담은 애초 30분으로 잡혔지만 북한 핵개발 파문 등 민감한 사안 탓인지 우선 남측 대표단 일행과 김 상임위원장이 30분 가량 만난 뒤 정 장관과 김 상임위원장의 단독 면담이 50분 가량 이어졌다.
 
정 장관은 이 자리에서 북한 핵개발 프로그램으로 야기된 한반도 정세 등에 대해 설명하고 국제사회와 대화 개시 등 북측의 납득할만한 조치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관계자에 따르면 정 장관은 핵 문제와 관련, 남측 정부와 국민의 심각한 우려를 전달하고 이 문제로 인해 한반도에서 안보상의 위기가 발생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조속한 대화를 통해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 장관은 또 이렇게 해야만 남북관계가 진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상임위원장은 “우리도 최근 사태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철회할 용의가 있다면 대화를 통해 안보상의 우려 사항을 해소할 준비가 돼있다”고 밝혔다고 회담 관계자가 전했다.
 
이봉조 남측 대표단 대변인(통일부 정책실장)은 “양측은 이날 접촉에서 최근 제기된 문제가 대화를 통한 평화적 방법으로 조속히 해결되어야 한다는 데 대해 의견을 같이했다”며 “우리가 핵 문제를 집중 제기했고 북측은 입장을 밝힐 준비를 하고 있음을 강하게 시사했다”고 설명했다.
 
김 상임위원장은 이날 면담에 앞서 “조국통일 위업 성취를 위한 북남 상급 회담에 참가한 남측 대표단을 환영한다”며 정 장관 일행을 반갑게 맞이한 뒤 2000년 6·15 정상회담을 상기시키고 김대중 대통령의 안부를 물었다.
 
정 장관은 김 대통령이 오는 26∼27일 멕시코 북부 바하 칼리포니아주 로스카보스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24일 멕시코에 갈 예정이라는 등 김 대통령의 향후 일정에 대해 설명하며 “매우 정력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날 김영남 위원장 면담에는 장관급 회담 북측 대표단장인 김령성 내각책임참사 등도 배석했다.
 
앞서 정 장관 등 일행은 북측 안내원 리연주씨를 따라 만수대 의사당 대회의장 등을 둘러봤다.
 
한편 남북 장관급 회담 2차 전체회의는 이날 면담이 끝난 뒤 오전 11시42분께 속개됐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