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여신 테티스의 아들로 태어난 아킬레스는 갓난아기 시절 어머니에 의해 스틱스강에 몸을 담그면서 불사의 용사가 됐다. 그러나 테티스가 아들을 강물에 담글 때 발뒤꿈치만은 잡아야 했기 때문에 이 부분만은 강인해지지 못했고 실제로 아킬레스는 수많은 트로이군을 격멸시키며 이름을 떨쳤으나 결국은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가 쏜 화살에 발뒤꿈치를 맞고 죽게 됐다. 이것이 후에 세인들이 말하는 `아킬레스건'의 유래다. 발에 얽힌 얘기를 꺼내자면 아프리카 에디오피아 사람들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은 80년대만 해도 시내 한복판에서 맨발로 돌아다녔고 수십km의 시골길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쯤되면 발바닥이 오래 묵은 박달나무처럼 단단하게 길들여졌을 테니 올림픽을 두 번 제패한 맨발의 마라토너 아베베의 신화도 어쩜 당연했을 법하다. 아베베는 12살의 어린 나이에 황제의 근위병으로 뽑혀 군인의 길을 걷다가 우연찮게 마라토너가 되길 꿈꾸는데 그 이유는 간단하다. 당시 멜버른 올림픽에 참가했다 돌아온 육상선수들이 거리에서 퍼레이드를 하는데 이들의 유니폼이 너무나 폼 나 보이더란다. 그래서 그날로 마라토너가 되겠다고 작정한 아베베는 24살이 되던 해 전국 군인 마라톤대회에 처녀 출전해 우승하게 된다. 당시 아베베는 마라톤은 물론 500m와 1천m 신기록을 세웠으며 이것이 계기가 돼 역사적인 로마올림픽행 티켓을 거머쥐게 된 것이다.

결과는 체코의 자토펙이 보유하고 있던 종전기록을 무려 8분여 단축, 세계신기록을 수립하게 되는데 이것이 그의 조국 에디오피아는 물론 아프리카 대륙에 안겨준 최초의 올림픽 메달이 됐다. 이후 아베베는 64년 동경올림픽에서도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기록을 깨며 또다시 세계를 제패하는 영광을 안아 오늘날 최고의 마라토너 가운데 한 사람으로 등극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정작 아베베의 위대함은 올림픽 2회 제패가 아니라 맨발에 담긴 그의 조국사랑이다. 그는 왜 맨발로 뛰느냐는 사람들의 질문에 “내 조국 에디오피아의 위대함을 전세계에 알리는 내 나름의 방법”이라고 말해 맨발에 대한 유럽인들의 조롱을 조국사랑으로 멋지게 표현해냈다.
(淑)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