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32.기아)과 이상훈(31.LG).

93년 프로야구에 나란히 발을 들여놓은 이래 비슷한 굴곡을 거쳐 온 두 스타가 포스트시즌에서 5년만에 재회한다.

90년대 중반 한국프로야구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이들은 98년 나란히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스로 건너가 한솥밥을 먹었고 99년에는 힘을 합쳐 팀의 지구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약간의 시차를 두고 국내 무대로 복귀한 이들은 올시즌 여전한 기량을 과시하며 팀의 포스트시즌행을 이끌었고 26일부터 시작되는 5전3선승제의 플레이오프에서 물러설 수 없는 한판 대결을 펼친다.

팀 공격의 시작을 여는 톱타자로 나설 이종범과 팀 수비의 마지막을 책임질 소방수 이상훈은 두말 할 나위없이 승부의 결정적인 변수다.

특히 이처럼 큰 경기에서 팀의 최고참인 이들의 비중은 더욱 커진다.

포스트시즌에 대한 두 선수의 마지막 기억은 선명히 엇갈린다.

일본 진출을 앞둔 97년 한국시리즈.

당시 정규시즌에서 30홈런-30도루 클럽에 가입하며 '야구 천재'의 이미지를 유감없이 발휘하던 이종범과 한 시즌 최다세이브포인트기록(47SP.10구원승37세이브)을 세우며 '불패의 신화'를 구축하던 이상훈은 팀의 운명을 걸고 마주쳤다.

하지만 1승1패로 맞선 3차전에서 이종범은 1-1로 균형을 이룬 7회 구원등판한 이상훈으로부터 결승 2점 홈런을 뽑아내며 팀에 승리를 안겼고 분위기를 탄 해태(기아 전신)는 이후 2연승하며 가볍게 우승을 차지했다.

이종범은 공수주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쳐 최우수선수(MVP)로 뽑히며 팀에 멋진 이별 선물을 안긴 반면 이상훈은 3차전 패전 이후 다시는 등판 기회조차 잡지 못하는 아픈 기억을 안고 일본으로 건너가야 했다.

현대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두 경기 모두 세이브를 올렸던 이상훈은 "이종범과의 대결에 특별히 신경쓰지는 않는다"며 "플레이오프에서도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어느새 흐른 5년의 시간에도 여전히 최고의 기량으로 그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두 선수중 이번에는 누구에게 승리의 미소가 깃들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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