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히 섬세한 취급을 요하는 북한 핵문제의 대응책을 강구하기위한 국제적 다자 협의가 진행된다. 24일 한-미 외무장관회담, 25일 미-중 정상회담,그리고 26일의 한-미-일 정상회담과 미-러 정상회담, 이어 27일 한-중 정상회담 등 일련의 국제적 고위급 접촉은 최근 북한의 핵개발 시인 이후 최대의 국제적 과제가되고있는 북한핵의 제거 방안을 논의한다. 이처럼 단시간에 연이은 협의가 이뤄지는것은 북핵문제의 폭발 위험성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는 것으로서 심도있는 협의를 통해 한반도의 전쟁위기 재연을 막는 방안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우선 협의의 방식과 관련해서 지적할 것은 진정한 의미의 국제적 공조방안이 논의돼야 한다는 점이다. 연쇄접촉의 중심에 미국이 서있는 것이 사실이고 미국은 이기회를 통해 자신들의 해법을 설명하면서 다른 나라들에게 미국의 방식에 동의하고 참여하기를 요구할 것이다. 그러나 오직 미국만이 해법을 가지고있는 것도 아닐 것이며 또 미국의 방식만이 옳을 수도 없다. 협의 참여국들은 모두 각자 이 국제적 문제에 대한 자신들의 해법을 제시하고 현명한 합의를 도출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이 자신의 방식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또 협의의 방향과 관련해 모두가 염두에 둘 것은 평화적 해결원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북한이 비밀핵계획을 시인했다고 발표된 후 국제사회가 크게 술렁거리고있으나 그 어디에도 '평화적 해결 원칙'에 찬성하지 않는 나라는 없다. 하지만 '평화적'이라는 방법에 대한 각국의 생각은 '군사적 수단의 배제'라는 점에서만 일치할 뿐 강압적인 방법인가, 대화에 의한 것인가 하는 갈림길에 이르면 차이가 현저하다. 부시 행정부는 협상은 절대로 없다면서 북한의 무장해제를 요구하고있다. 반면 한국과 일본은 반드시 북한의 핵을 포기시켜야 하지만 이를 위해 제네바합의 파기와 같은 극한적인 수단을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인것으로 보인다.북한의 결사적인 저항을 가져올 위험이 있는 있는 초강수를 사용하지 않은채 효과적인 압력 수단으로 핵포기를 얻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바람직한 국제 협의의 방향일 것이다. 미국의 진정한 목표가 북한핵의 제거에 있다면 충돌 위험성이 있는 초강경 수단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우리정부가 북핵문제의 해결 원칙으로 '선(先)포기, 후(後)대화'를 생각하고있는 것은 현실을 토대로 하고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북한의 생존을 보장받는 대가로 핵을 포기할 수 있다는 맞교환 방식에 미련을 갖고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 미국의 태도로 보아 맞교환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판단인 것같다. 따라서 먼저 북한의 핵 포기를 유도한 후 북-미간의 관계개선을 위한 대화가 시작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점에 관한 한 일본의 입장도 우리와 같을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고미즈미 총리의 방북에서 보듯이 일본의 대북대화 의지가 강력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경수로 건설에 돈을 대고있는 한국과 일본이 건설중단과 같은 중요한 결정에서 뒤로 밀리는 이상한 일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된다. 이번 연쇄 협의에 참여하는 모든 관련국들은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궁극 목표로 삼아 이에 부합하는 결정을 내리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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